개새끼들. <도가니>를 보다가 내뱉었는데 곧 개에게 미안해졌다. 이런 상상도 했다. 누가 저놈의 교장이든 행정담당이든 교사든 형사든 판사 검사든 변호사든 하여간 교인들이든 뭐든 ‘저것들’을 좀 정의의 이름으로 난도질하면 안되나? 자, <도가니>의 음악은 모그(이성현)가 맡았다. 그는 <악마를 보았다>의 음악감독이었다. 뭐, 단순한 연상 작용인 셈이다.
그런데 같은 곳의 분노로 시작한 영화는 정반대의 광기와 성찰로 끝난다. <악마를 보았다>에서 복수의 카타르시스는 판타지였다. <도가니>는 저 ‘개새끼들’의 숨통을 끊고 싶은 쾌감 뒤에 감춰진 무력감이야말로 현실임을 고발한다. 더 무거울 수밖에 없다.
이때 단조의 비감어린 음악은 무진의 짙은 안개처럼 관객을 가두고 클로즈업의 강렬한 메시지를 각인시킨다. <악마를 보았다>의 다양한 조성이 연극적 공간을 확장한 것과 달리 <도가니>의 서정은 이 유사 경험을 구체화한다. 비극적 선율은 피해자들을 애도하는 한편 관객의 죄의식을 자극하고 마침내 우리를 목격자로 바꿔놓는다. “다 지켜봤으니 뭔가 해야지?” 바로 이런 메시지를 납득시킨다. 그럼 이제, 정말, 무얼, 할 수 있을까. 흥행선두 <도가니>의 진짜 위력은 그제야 비로소 드러날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