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영화]
여느 사람들처럼 행복하게 살 수 있었으면 <나비와 바다>
2011-10-06

<나비와 바다> Sea of Butterfly
박배일| 한국 | 2011년 | 90분 | 와이드앵글

서른아홉 남자와 열아홉 여자가 사랑에 빠졌다. 둘은 너무도 사랑하지만 사정이 여의치 않은 탓에 오래 사귀었지만 결혼은 쉽지 않다. 남자의 아버지가 폐암으로 사경을 헤매고 경제 형편도 어려운 탓이다. 여기까지는 흔해 빠진 사랑 이야기다. 그런데 이 둘이 다 장애인이다. 남자는 휠체어를 타야 움직일 수 있고, 여자는 몸도 불편하고 말도 어눌하다. 이쯤 되면 흔한 인간극장 주제가 될 만하다. 그런데 이 영화는 남다르다. 왜냐하면 이 두 사람의 사랑 이야기를 너무도 담담하면서도 예쁘게 그렸기 때문이다. 두 사람의 어렵고 아픈 처지며 이야기를, 안타까운 시선이나 불쌍한 마음 같은 값싼 동정이나 시끌벅적한 구호 같은 허튼 주장 없이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영화를 꿈꾸는 남자는 자신의 온갖 어려움을 하나씩 열고 풀어간다. 몸도 말도 불편한 여자는 남자의 마음을 헤아리고 처지를 보듬는다. 아버지를 여읜 남자는 버팀목과 기둥을 잃은 슬픔에 울고, 홀로 남은 그의 어머니는 몸 불편한 아들 걱정에 시름거린다. 장애인 자식을 둔 부모는 죄인처럼 살며, 죽어도 자식과 함께 죽기를 바란다. 하지만 어느 영화 제목처럼 “그리고 삶은 계속된다”. 결국 두 사람은 여느 사람들처럼 주변의 축복을 받으며 결혼하고, 여느 사람들처럼 앞날의 꿈과 행복을 약속한다. 요즘 어떤 영화 때문에 다시 세상의 주목을 받는 장애인 성폭력 사건이 있다. 그 심각한 문제도 해결해야겠지만 장애인들이 여느 사람들처럼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받아들이고 또 보듬고 했으면 얼마나 좋을까?

글 정유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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