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제 소식]
내 맛집이냐 네 맛집이냐
2011-10-06

영화란 한 사람의 머리에서만 탄생되는 게 아니다. 작가, 감독, 제작자, 프로듀서 등이 머리를 싸매고 갑론을박을 하고 난상토론과 회의를 거쳐 하나의 작품이 탄생된다. 그러다보니 종종 너무나 멋지고 아름다운 대사를 작가가 쓴 건지, 감독이 낸 건지, 또는 프로듀서가 제의한 건지 모호한 경우가 많다. 특히 내 경우에는 멋지고 재미있는 상황이나 대사는 다 내가 아이디어를 냈다고 우겨대서 동료들의 빈축을 사기도 한다, 맛집도 그런 것 같다, 부산영화제에 가면 꼭 들르게 되는 횟집이 있다, 해운대 끝자락 한국콘도 옆에 있는 ‘경북횟집’이 그렇다, 테이블이 4-5개정도 밖에 안 되는 아담한 횟집인데 그 집엔 메뉴가 없다. 당일 제일 싱싱한 활어횟감을 구입해서, 당일 손질하면 그 생선이 그 날의 메뉴다. 주인부부는 큰 욕심도 없어서 절대로 많은 양의 음식을 준비하지도 않는다. 그저 생활 할 만큼의 돈만 벌고자 하는 그들은 심지어 남들보다 가장 늦게 문을 열고 가장 일찍 문을 닫는다. 당연히 미리 예약하지 않으면 절대 그 집의 회를 먹을 수가 없다. 대단한 자존심이고 대단한 인생철학이다. 특이하게도 그 횟집은 회를 야채에 싸먹는 게 아니고 마른 김에 밥을 한 술 넣고 미역이나 해초 등을 가미한 후, 초장이나 된장(된장이 정말 예술이다)을 식성대로 골라먹으면 된다. 그동안 많은 배우나 동료들과 이 집을 갔다. 조재현, 김강우, 박시연, 오광록, 최정우 등등. 그러나 많은 시간이 흐른 지금은 모두들 ‘경북횟집’을 자신이 개발해 낸 맛집으로 기억하고 있다. 난 내가 데려간 것 같은데 박시연은 본인이 부산출신이니 자신이 최초라고 하고, 조재현은 부산에서 대학을 다녀 본인이 모르는 맛집은 없다고 하고, 김강우 씨는 김강우 씨대로 오광록 씨는 오광록 씨대로 자신이 개발해서 소개한 집이라고 우겨댄다. 뭐, 누가 개발하고, 누가 소개한 게 대수인가? 사랑하는 동료들끼리 잔을 부딪치고, 정을 나누고, 항상 마무리엔 서로 술값과 회값을 계산하겠다고 또 한번 싸우고, 이런 맛에 영화하고 이런 맛에 부산에 오는 것 아니겠는가? 올해도 어김없이 부산영화제에 참석하게 되고 이번엔 누구와 티격태격되면서 술잔을 기울일지 궁금하다. 이번에는 누가 술값을 내겠다고 하면 절대 말리지 않겠다.

글 원동연 영화제작자 <미녀는 괴로워> <마린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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