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랑콜리아> Melancholia
라스 폰 트리에 | 덴마크, 스웨덴, 프랑스, 독일 | 2011년 | 136분 | 월드 시네마
2012년 지구 멸망에 대한 근심이 블록버스터영화로만 환원될 리 없다. 라스 폰 트리에 역시 종말의 날을 자기 방식으로 스크린에 재현한다. <멜랑콜리아>는 행성간의 충돌로 지구 최후의 날을 보내는 자매의 이야기다. 언니(샬롯 갱스부르)의 저택에서 호화로운 결혼 파티를 갖는 저스틴(커스틴 던스트). 설마, 종말을 앞두고, 지구를 구해보겠다고 동분서주하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정서를 기대하는 건 모두들 아닐 테고. 맞다. 조금만 보면 탄로나겠지만 심각한 우울증에 걸린 자매 덕분에 파티의 화려함은 온데간데없어진다. 알다시피 결혼식이니 지구 종말이니 그런 것들 모두가 라스 폰 트리에게는 ‘멜랑콜리아’를 설명할 적절한 구실이었는지 모른다.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결국 영화는 오로지 인간 개개인에게 스며든 파국의 정서를 설파하는 데 온 열정을 쏟아붓는다. 이 경우, 행성간의 충돌로 일어나는 지구 종말의 시각적 재현은 ‘나치 발언’ 파문에 묻혀버리기엔 아까운 이 영화의 백미다. 칸국제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만 준 게, 폰 트리에가 나치 발언으로 물의를 빚은 것에 대한 책임추궁이라는 수군거림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분명한 건 세계 종말에 관한 한 당분간 이보다 더 독특한 시도는 없을 것이란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