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영화]
90년대 홍콩 동성애자 커뮤니티에 대한 자기고백 <미소년지련> Bishonen
2011-10-06
글 : 김도훈

<미소년지련> Bishonen
욘판 | 홍콩, 중국 | 1998년 | 101분 | 욘판 감독 특별전

욘판 감독 특별전에서 딱 한편을 권한다면 역시 <미소년지련>을 고를 수밖에 없다. 욘판의 가장 훌륭한 영화이기 때문이 아니라 커밍아웃한 게이 감독 욘판의 어떤 감정적 정수가 이 1998년작 퀴어멜로영화에 들어 있기 때문이다. 게이바에서 몸을 파는 고급 남창 제트(풍덕륜)는 우연히 만난 경찰 샘(오언조)과 첫눈에 운명적인 사랑을 느낀다. 둘은 곧 친구가 되고, 점점 연인으로 발전해간다. 하지만 샘은 복잡한 남자다. 그는 제트의 친구인 아칭과 오래전 연인관계였으나 아칭을 처절하게 버리고 사라진 과거가 있으며, 보수적인 중산층 가정에서 여전히 정체성을 숨기고 살아간다. <미소년지련>은 이후 욘판이 만든 <유원경몽>(2001), <눈물의 왕자>(2009)만큼 영화적으로 숙성한 작품은 아니다. 이야기는 종종 퀴어시네마라기보다는 ‘야오이 시네마’에 가깝게 느껴지기도 한다. 대신 여기에는 90년대 홍콩의 동성애자 커뮤니티에 대한 자기고백과 연민, 멜로드라마적 클리셰를 두려워하지 않는 신파의 뜨거움이 있다. 바로 전해 개봉한 왕가위의 <해피 투게더>(1997)와 비교해서 보는 것도 흥미로운 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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