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시> Choked
김중현 | 한국 | 2011년 | 110분 | 뉴 커런츠
삶에 가시처럼 박히는 경제적 곤경을 윤호라는 청년을 통해 처참하게 드러낸다. 오래 사귄 여자 친구와 등산을 하는 윤호는 갓 취직을 한 건강한 20대 청년으로 화면에 등장한다. 엄마가 만나고 싶어 한다는 여자 친구의 말에 어딘지 불편해 하는 모습이 비추기는 하나 이때까지 우리는 그의 삶에 박힌 가시가 얼마나 깊은지 짐작 못하고 그를 바라본다. 윤호의 엄마가 건강보조식품을 팔다 부도를 내고 사라지면서 꼬여 있는 그의 삶이 하나씩 정체를 드러낸다. 시도 때도 없이 들이닥치는 채권자들 때문에 라면조차 맘 놓고 먹을 수 없고, 경찰의 지속적인 질문에 시달리는 일은 표피적인 어려움에 불과하다. 윤호가 처한 삶의 곤경은 결혼 문제를 통해 구체적인 속살을 보이게 된다. 건설회사 재건축 업무를 담당하는 윤호는 주민들에게 동의서를 받으러 다니지만 자신의 일이 떳떳하지 못하다는 찜찜한 마음을 떨쳐내지 못한다.
그런 태도는 돈 문제와 절박하게 결부되면서 정반대로 변하게 된다. 사채업자의 협박에서 벗어나고 전셋집을 원하는 여자 친구를 만족시키기 위해 이제 명분이나 양심은 불필요한 것이 되어 버린다. 자신의 생존이 결부되었을 때 대부분의 사람은 명분과 양심을 폐기할 수 있게 된다. 어이없는 건강보조식품을 파는 윤호 엄마나 명품 짝퉁 밀매를 하는 지희 엄마는 채무자와 채권자의 관계지만 세상에서 밀려나간 같은 존재일 뿐이다. 주류에 편입하려 발버둥 치는 윤호 역시 이들 언저리에서 삶의 가시를 빼내지 못해 버둥거릴 뿐이다. 그러나 가시는 몸부림칠수록 깊이 박힌다. 이 영화의 장점은 등장인물 각각의 사연을 구체적으로 그려내 생동감 있는 캐릭터를 마련한 것이다. 염치없고 미련해 보이는 인물을 다른 각도에서 바라볼 때 관객은 그들에게 연민과 동질감을 느끼게 된다. 스산한 삶의 풍경들이 가시처럼 폐부를 찌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