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영화]
불멸의 춤에 대한 사려깊은 기록 <피나 3D> Pina 3D
2011-10-07
글 : 장영엽 (편집장)

<피나 3D> Pina 3D
빔 벤더스 | 독일, 프랑스 | 2011년 | 106분 | 월드 시네마

2009년 6월30일, 우리 시대 가장 위대한 무용가가 독일 부퍼탈에 잠들었다. 바로 현대무용가 피나 바우쉬다. 너무도 갑작스러운 죽음이었기에 현대무용 팬들은 충격과 비통의 감정을 억누르지 못했다. 이 순간 가슴을 움켜쥐고 괴로워하던 사람이 또 있었다. 피나 바우쉬의 오랜 친구이자 예술적 동료였던 빔 벤더스다. 그는 26년 전 바우쉬의 탄츠테아터 공연을 관람하고 큰 충격을 받은 뒤, 언젠가는 그녀를 조명하는 다큐멘터리를 만들겠다고 결심했다. 오랫동안 형식을 고민하다가 3D 기술의 발전에 힘입어 마침내 바우쉬를 위한 다큐멘터리를 찍을 수 있게 됐는데 그녀가 세상을 떠난 것이다. 하지만 빔 벤더스는 프로젝트를 폐기하지 않았다. 그는 친구를 잃은 슬픔을 딛고 피나 바우쉬가 평생을 바쳤던 부퍼탈발레단의 무용수들을 만나 바우쉬의 흔적을 채집했다. 그리고 지금의 바우쉬를 있게 한 그녀의 대표작 <카페 뮐러>와 <콘탁트호프> <봄의 제전>과 <보름달>의 가장 아름다운 대목을 화면에 담았다. 빔 벤더스의 첫 3D다큐멘터리영화 <피나>는 그렇게 탄생했다.

빔 벤더스가 이 영화를 연출했다는 것이 중요하다. 바우쉬는 오랫동안 영화감독들에게 영감을 불러일으키는 무용수였다. 샹탈 애커만이 <피나 바우쉬와 함께한 투어>를 만들었고, 페드로 알모도바르는 <그녀에게>의 첫 장면을 <카페 뮐러>의 안무로 채웠다. 그러나 독일 문화계에 속해 살아왔으며 각자의 분야에서 실험과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아왔던 빔 벤더스와 피나 바우쉬의 겹치는 행보는 바우쉬를 다룬 여타의 영화들과 <피나>를 구분짓게 하는 중요한 차이점이 된다. 그 일환으로 빔 벤더스가 시도하는 것은 이미지에 오감을 부여하는 것이다. 그의 카메라는 무용수의 작은 움직임과 헐떡이는 숨소리까지 섬세하게 담아낸다. 마치 보는 이가 공연의 일원으로 무대 위에 올라가 있는 듯한 느낌이다. 또한 벤더스는 자신만의 상상력을 덧붙여 부퍼탈 무용수들로 하여금 무대가 아닌 다른 장소에서 바우쉬의 작품을 공연하도록 했다. 고등학교 체육관이나 공공 수영장, 모노레일이 지나가는 부퍼탈 시내의 교차로에서 무용수들이 춤추는 광경은 오직 <피나>에서만 감상할 수 있는 백미다. ‘피나를 위해’. 오프닝신의 자막처럼, 오직 몸의 언어로 모든 것을 표현하는 이 작품은 피나 바우쉬를 떠나보내는 가장 멋진 방법이다.

<피나>는 이처럼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불멸의 춤에 대한 사려깊은 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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