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영화]
아프리카 경제 원조의 허상을 파헤치는 영화 <수면병> Sleeping Sickness
2011-10-07
글 : 장영엽 (편집장)

<수면병> Sleeping Sickness
울리히 쾰러 | 독일, 프랑스, 네덜란드 | 2011년 | 91분 | 월드 시네마

“외국의 원조가 아프리카 민주, 경제 발전의 가장 큰 장애물입니다.” 교수의 강의를 듣던 프랑스 의학도는 이 말에 발끈하며 강의실을 나와버린다. 어려운 나라에 경제 원조를 하지 말자는 얘기를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의 순진한 생각은 세계무역기구(WTO)의 수면병 평가담당자 자격으로 아프리카에 머문 4일 동안 무참하게 깨진다. <수면병>은 이렇듯 냉철한 시선으로 아프리카 경제 원조의 허상을 파헤치는 영화다. 의학도 알렉스의 시선을 통해 보이는 아프리카의 모습은 영화를 보는 내내 불쾌지수를 유발한다. 마중 나온다는 의사는 감감무소식이고, 보고서에 의하면 한달에 50명은 진찰받아야 할 병원에는 환자 한명과 모이를 쫓는 닭들만이 남아 있다. 마침내 만난 의사는 엉뚱하게도 수면병을 치료하는 것이 아니라 주민들에게 나무집을 지어주고 있다.

이 영화를 종종 지배하는 것은 암흑이다. 차 속에서 또는 숙소나 숲속에서, 모든 것이 암전된 화면을 통해 감독은 섣불리 해결할 수 없는 아프리카 경제 원조 문제의 답답함과 암담함을 암시하려는 듯하다. 아프리카의 습기 가득한 풍경과 시스템에 대한 열패감으로 가득한 주인공들의 모습은 짙은 여운을 남긴다. 베를린영화제에서 감독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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