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이 보내준 딸>의 무대인 남인도에서도 ‘아빠’는 ‘아빠(Appa)’다(심지어 엄마는 ‘암마(Amma)’다). 영화는 지적장애인 아빠와 그의 딸에게 들이닥친 갑작스러운 이별에 관한 이야기다. 설정은 <아이 엠 샘>을 연상시키는데, 아빠 크리슈나를 맡은 배우 비크람이 뿜어내는 폭발력도 숀 펜에 못지않다. 남인도 지역에서 비크람은 한국의 송강호와 비견될 만한 배우다. 상업성으로나 작품성으로나 가장 믿을 만한 이름이란 얘기다.
비크람은 배우인 동시에 UN홍보대사이고, 각종 사회사업을 펼치고 있다. <신이 보내준 딸> 의 ‘지적장애자’ 캐릭터에 각별한 관심을 가진 것도 당연하다. “인도에서도 장애인을 놀리거나 외면하는 경우가 많다. 이 영화는 그런 장애인들을 사랑하게 만드는 이야기라는 점에서 끌렸다.” 또 다른 이유가 있다면, 크리슈나가 자신과 가장 다른 남자였다는 것이다. “성격과 말투, 잠버릇까지 나와 다를수록 흥미를 느낀다. 그래서 실제 나처럼 남성적이거나, 강한 남자를 연기하는 건 별로 재미없다.(웃음) 특수학교를 찾아가 아이들의 행동을 관찰했고, 살을 빼고 콧수염 모양을 바꾸는 등의 준비과정이 모두 즐거웠다.” 다음 영화에서 그는 <신이 보내준 딸>의 아빠보다 더 멀어질 예정이다. L.A.에서 촬영할 <블라인드>에서는 제이슨 본 스타일의 남성으로 분하고, 시대극인 <카리카란>(Karikalan)에서는 왕이 되기 위해 분투하는 키 작은 왕자로 변신한다. 세계 최대 영화제작국인 인도의 배우답게 그는 이미 3편의 작품을 계획 중이다. “영화배우로 살면서 가장 힘든 게, 가족과 멀리 있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나는 크리슈나를 연기했지만, 정작 집에서 그처럼 좋은 아빠가 되는 건 너무 어려운 일 같다(웃음).” 하지만 자신의 이름을 딴 비크람 재단을 통해 질병을 앓는 아이들을 돕고 있는 비크람은 수많은 아이들의 아빠로 살고 있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