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없는 여행> Mourning
모르테자 파르샤바프 | 이란 | 2011년 | 84분 | 뉴 커런츠
농아인 부부 샤라레와 캄란은 조카 아샤를 뒷좌석에 태우고 긴 여정에 오른다. 언니 부부를 만나러, 더 정확히는 간밤에 사고로 목숨을 잃은 아샤의 부모를 찾으러 가기 위해서다. 길이 폐쇄되고, 차가 고장이 나고, 수리공을 불러 정비소로 이동하고 하는 몇 가지 난관이 이어지는 동안, 샤라레 부부는 사고의 자초지종과 아샤를 누가 기르게 될 것인가를 두고 수화로 대화를 나눈다. 별 다른 자극적인 사건 없이도 영화는 이들의 사실적인 대화와 몇몇 촌극만으로 한 시간이 넘는 러닝타임 동안 긴장을 유지한다.
<소리없는 여행>의 미덕은 감정을 과장하지 않는 거리두기에 있다. 샤라레와 캄란이 말다툼을 하는 동안 이들 부부의 오랜 상처가 불거지지만 영화는 이들의 슬픔을 섣불리 증폭시키지 않는다. 아샤와 관련해서는 더욱 그렇다. 아샤는 이 길고 지루한 여행에 크게 동요하지 않는다. 그는 가끔씩 차에서 내려 오줌을 쌀 뿐, 줄곧 뒷좌석에 앉아 음악을 듣거나 멍하니 창밖을 바라본다. 수리공과는 마음을 터놓고 잠깐 이야기를 나누지만, 그가 정확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영화의 후반부까지 드러나지 않는다. 그리고 오줌을 싸러가는 아샤의 뒤를 카메라가 처음으로 바짝 쫓을 때, 그때야 비로소 그의 감정이 극적으로 노출된다. <소리없는 여행>은 감독 모르테자 파르샤바프의 스승인 압바스 키아로스타미의 영화를 연상시킨다. 카메라는 샤라레 일행의 차가 길고 구부러진 길을 지나가는 과정을 멀리서 롱테이크로 잡아내고 있으며, 격렬한 말다툼도 우스꽝스러운 해프닝도 차분히 지켜보기만 할 뿐이다. 영화의 영어 제목은 ‘애도’다. 평행선을 달리는 대화만큼이나 어긋나버린 불확실한 현재 속에서, 애도는 지연되고 세 사람은 각자가 겪는 슬픔을 저마다의 방식으로 삼킨다. 배우들의 연기도 매우 인상적이다. 주목해야 할 또 한 편의 데뷔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