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제 소식]
포르투갈 영화를 여는 열쇠
2011-10-08
글 : 이화정
사진 : 권효빈
<혈육> 주아옹 카니조 감독

포르투갈 수도 리스본에 밀집한 집합주택(social housing). 주아옹 카니조 감독의 <혈육>의 ‘사람들’은 그곳에서 살아간다. 방과 화장실이 한 프레임 안에 잡히고, 이 방의 언쟁이 옆방의 언쟁과 한데 뒤섞인 채, 바깥의 소음으로 이어지는 좁디좁은 공간. 이미지와 사운드의 절묘한 중첩은 복잡하게 얽힌 영화 속 하층민의 생활을 상징한다. 마약조직의 하수인으로 일하는 아들, 유부남과 사귀는 간호사 딸, 식당주인과 사귀는 엄마 그리고 이모까지, 영화는 끝내 소통하지 못하고 파국으로 치닫는 이들의 생활을 담는다. “집합주택은 1960년대 이후 대도시를 규정하는 하나의 모습이다. 높은 건물 뒤엔 항상 이렇게 소외되고 가난한 주거지들이 함께 존재해 왔다.” 다큐멘터리처럼 생생하게, 카니조 감독은 이들의 끔찍한 현실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한다. 2년 동안 배우들과 함께 그 지역에서 생활하고, 촬영 또한 그곳에서 모두 이뤄졌다. 영화는 이렇게 철저한 조사와 오차 없는 장면 구성을 통해 만들어졌다.

영화가 직시하는 <혈육>의 사회는 카니조 감독이 이미 전작에서부터 탐구해 온 주제다. <생존>(2001)에서 그는 파리 외곽에 사는 이민자를 조명했고, <암흑의 밤>에서는 매춘업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가족을 기록했다. “12살 때부터 감독이 되기로 결심했다. 의사인 아버지는 씨네클럽 회원이었는데 항상 나를 그곳에 데려가셨고, 난 씨네클럽에서 고전영화를 보고, 감독들을 만날 수 있었다. 그때부터 나는 영화가 리얼리즘을 표현할 가장 좋은 수단이라 여겼다.” 1980년 포르투갈 거장 마누엘 데 올리베이라 감독의 영화 조감독으로 영화계에 입문한 그는 현재 포르투갈영화를 추적할 수 있는 핵심 단서와 같은 존재다. 차기작으로 성지를 찾아 나선 여성들에 관한 이야기를 구상중인 카니조 감독. 전작과 달리 인물들은 이제 집밖으로 벗어났지만, ‘가족’은 여전히 그의 영화를 구성할 가장 거대한 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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