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제 소식]
딴 생각, 즐겁잖아요?
2011-10-08
글 : 강병진
사진 : 하상우
<위험한 흥분> 구자홍 감독

<위험한 흥분>은 <마지막 늑대>를 연출했던 구자홍 감독이 약 7년 만에 만든 장편영화다. 전작의 주인공이 시골마을의 순경이었다면, 이번에는 마포구청 공무원이다. “차기작으로 준비중인 <역습>은 사채추심업자와 세탁소 주인의 하드보일드 영화다. 아무래도 평범한 사람들의 캐릭터에 끌리는 것 같다.”(웃음) 영화는 언제나 거기 없는 것처럼 살아가던 공무원 한대희가 한 인디밴드를 만나면서 겪는 ‘흥분’을 그리고 있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음악이라는 ‘위험한’ 취미에 조금씩 젖어들던 주인공은 급기야 직접 기타를 손에 쥐고 무대에 오른다. “1998년에 쓴 시나리오였다. 그때 홍대의 한 클럽에서 관객 3명을 놓고 노래를 부르던 허클베리 핀의 공연을 봤다. 그때 나도 흥분을 느꼈다. 그러다 직업적인 호기심으로, 넥타이를 맨 직장인이 이 광경을 봤다면 어땠을까를 상상하게 됐다.” 한동안 쏟아져 나온 음악영화들 혹은 <베토벤 바이러스>와 같은 드라마를 떠올릴 수 있지만, 사실 <위험한 흥분>의 결론은 음악이 아니다. 구자홍 감독이 공들여 일궈낸 공무원의 생활에 관한 디테일들을 즐기다 보면 잠깐의 ‘딴 생각’을 통해 얻는 즐거움과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을 때의 허무가 동시에 드러난다. “한국만큼 환각을 찾는 나라도 없는 것 같다. 아마 외국의 눈에는 사람들이 주말마다 강호동과 유재석에게만 열광하는 걸 이상하게 여기지 않을까? 그런 오락프로그램뿐만 아니라 부동산, 종교에서도 환각을 찾고 있다. 주인공 한대희는 한국사람들이 빠져드는 그러한 환각들의 에센스를 담아 만든 인물이었다.” 구자홍 감독은 배우 윤제문을 다시 보게 되는 기회가 될 것이라 덧붙였다. “주로 악역만 하다 보니 그를 잭 팔란스처럼 여기는 것 같다. 하지만 영화를 보면 그가 사실은 잭 블랙이었다는 걸 알게 될 거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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