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제 소식]
아시아의 상상력, 무협 3D로 구현하겠다
2011-10-08
글 : 신두영
사진 : 이동훈 (객원기자)
올해의 아시아 영화인상 수상하고 3D 입체영화 제작 세미나 참석한 서극 감독을 만나다

서극 감독은 올해 부산에 영화 대신 비전을 가지고 왔다. 1980년대 홍콩 영화의 황금기를 이끌었던 그는 침체된 홍콩 영화계에 새 바람을 불러일으키기 위한 무기로 3D를 선택했다. 서극 감독은 현재 자신이 제작하고 이혜민 감독이 연출한 <신용문객잔>(1992)을 리메이크한 3D 영화 <용문비갑>의 후반작업에 매진하고 있다. 최초의 3D 무협영화가 될 <용문비갑>은 11월 중 영화 제작을 완료하고 12월20일경 중국에서 개봉할 예정이다.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에서 ‘올해의 아시아 영화인상’을 수상하기도 한 서극 감독은 <용문비갑>과 관련해 7일 열린 3D 입체영화 제작 세미나에도 참여했다.

무엇보다 궁금한 것은 무협영화의 액션을 어떻게 3D로 구현하느냐는 것이다. 서극 감독은 무협영화를 3D로 제작하는 것이 기존의 2D영화에 비교했을 때 용이한 점이 많다고 설명한다. “2D 영화에서는 액션 동작 등을 강조하고 공간감이나 입체감을 만들어내기 위해 많은 촬영과 편집이 필요했다. 반면 3D 영화에서는 상대적으로 신경 쓸 부분이 적다.” 3D 기술 자체의 장점인 심도 깊은 입체감을 액션에 활용한다는 뜻이다.

무협의 3D화는 할리우드와의 분명한 변별점이 될 수 있다. 그렇지만 할리우드에서 제작되지 않은 3D영화를 말할 때 늘 따라다는 질문이 있다. 할리우드의 3D 기술력에 비해 어느 정도의 수준이냐는 질문이다. 서극 감독은 이 질문에 현명한 답을 내놓았다. “사실 3D 기술은 예전부터 존재했던 기술이다. 할리우드와의 차이는 어떤 장비를 사용하느냐 정도의 문제다. 대규모 자본을 투자하는 할리우드 영화는 (DC코믹스나 마블 같은) 만화 원작의 캐릭터가 완벽하지 않을 수 있지만 대규모 전문가 집단에 의해서 정교하게 만들어진다. 이런 점에서 할리우드가 강하다고 생각한다. 할리우드에 SF 또는 판타지를 다룬 3D 영화가 있다면 중국에는 오랜 역사를 바탕으로 한 스토리가 있다. 이것은 서양과는 다른 아시아인만의 상상력이다. 이런 상상력을 영화적인 기술을 통해 표현할 수 있는 가능성은 할리우드에 비해 훨씬 풍부하다.”

아시아인만의 특색을 살린 3D를 구상하는 서극 감독은 3D 영화가 단순한 유행 같은 현상이 아니라 궁극적으로 영화의 미래가 될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이에 맞춰 자신이 할 수 있는 역할을 하겠다는 각오를 들을 수 있었다. “앞으로 다큐멘터리, 뉴스, 스포츠 등에서 3D를 더 적극적으로 활용하게 될 것이다. 3D 기술은 우리의 일상과 더 가까워진다. 이런 흐름 속에서 한명의 감독으로서 할 수 있는 역할을 하고자 한다.” 덧붙여 서극 감독은 아시아에서 저예산의 3D 영화가 꾸준히 만들어질 필요성을 강조했다. “<아바타> 이전에도 3D 영화는 만들어졌는데 대부분 저예산의 공포영화다. <아바타>의 성공 이후 3D 영화에 대한 대규모의 투자가 이뤄지고 있는데 지금 아시아에서 작은 예산이지만 3D 영화를 만들지 않으면 더 큰 규모의 3D 영화가 나올 수 없다.”

짧은 부산 방문길에 서극 감독은 홍콩영화의 재건뿐만 아니라 아시아 영화 전체에 대한 비전을 꺼내놓았다. 홍콩, 중국을 넘어 아시아의 3D 영화에 대한 가능성을 고민하는 그는 ‘올해의 아시아 영화인’다운 아시아의 거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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