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마이에르 가의 광기> Almayer’s Folly
샹탈 애커만 | 벨기에, 프랑스 | 2011년 | 130분 | 월드 시네마
소설을 영화의 영역으로 끌어오는 샹탈 애커만의 진가는 마르셀 프루스트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갇힌 여인>에서 이미 발휘된 바 있다. 애커만은 복잡다단한 프루스트의 세계를 간소화시키면서도 타자와의 경계를 극복하려 하는 한 남자의 모습을 집요하게 파고들어 깊이있는 작품을 만들어냈다. 그녀가 7년 만에 연출한 신작 <알마이에르 가의 광기> 또한 조셉 콘래드의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작품이다.
말레이시아의 한 백인 가정이 배경이다. 무역업자 가스파르는 일확천금을 노리며 말레이시아에서 사업을 시작하지만 큰 실패를 맛본다. 그의 유일한 희망은 원주민 여자와의 사이에서 낳은 딸 니나뿐이다. 가스파르는 딸에게 모든 기대를 건 채 그녀를 유럽의 정숙한 기숙학교에 보낸다. 동양인을 멸시하는 기숙학교에서 니나는 서서히 파멸해가고, 그런 그녀를 그리워하는 가스파르 역시 광기에 휩싸인다. 말레이시아의 이국적인 풍경을 배경 삼아 샹탈 애커만은 자신의 장기인 이미지와 사운드의 감각적인 배열을 유감없이 발휘한다. 출렁거리는 물결과 비밀스러운 숲, 그 안에서 이성을 잃어가는 인간을 주시하는 애커만의 롱테이크는 여전히 매혹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