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영화]
억압당한 감독의 상황이 고스란히 현재가 되다 <이것은 영화가 아니다> This Is Not a Film
2011-10-08
글 : 이화정

<이것은 영화가 아니다> This Is Not a Film
자파르 파나히, 모즈타바 미르타마스브 | 프랑스 | 2011년 | 75분 | 와이드 앵글

이란에서 영화감독으로 산다는 건 지독하다. <이것은 영화가 아니다>는 정부에 비판적이다라는 이유로 6년 징역, 20년간 외부활동 금지를 당한 자파르 파나히 감독의 이야기다. 인물 집중조명이나 거창한 투쟁사가 아니다. 카메라는 감독의 집, 침대, 식탁과 소파가 있는 일상을 기록한다.

새해 첫날 다른 가족들이 나가고 홀로 남겨진 파나히 감독. 변호사와 동료감독의 전화를 받고 난 뒤 파나히 감독은 정부의 제작금지령으로 무산된 차기작에 대해 설명을 시작한다. 예술대학에 합격하고도 보수적인 집안의 반대로 감금되고, 탈출을 감행한 여고생의 이야기. 열의에 차 동선을 짜고 시나리오를 읽어나가던 파나히 감독이 의기소침하는 순간, 억압당한 감독의 상황이 고스란히 갑갑한 현재가 되어 다가온다. 냉정을 유지하려던 그가 눈시울을 붉히거나 등을 돌리고 담배를 피우는 짧은 순간은 슬프고 미안한 장면이다. 기사를 작성하던 9월17일. 영화의 공동감독 모즈타바 미르타마스브가 이란 정부에 체포당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이것은 더이상 정말, 영화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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