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영화]
성적인 기운이 범람하는 이와이 세계 <뱀파이어> Vampire
2011-10-08
글 : 김도훈

<뱀파이어> Vampire
이와이 순지 | 미국, 캐나다 | 2010년 | 120분 | 미드나이트 패션

수줍어 보이는 청년 사이먼(케빈 지거스)은 인터넷으로 자살 희망자를 찾은 뒤 온몸의 피를 서서히 뽑아내는 살인마다. 그가 피해자들의 피를 마시기는 하지만 정말 뱀파이어인지는 알 수 없다. 그는 자살을 원하는 소녀(아델레이드 클레멘스)와 사랑에 빠지고, 끝없이 자살을 기도하는 미나(아오이 유우)에게 연민을 느끼면서 점점 변해간다. 하지만 어두운 비밀은 종착역을 향해 가기 시작한다.

한국에서 이와이 순지의 이름은 상징적인 어떤 세계를 의미한다. 소녀와 청춘과 뽀얀 역광으로 가득한 ‘이와이 순지 세계’ 말이다. 그런데 이와이 순지의 세계가 팬시 상품처럼 달달하기만 했던가. 오히려 이와이의 영화에는 죽음과 섹스에 대한 욕망이 종종 이글거렸고, 그게 가장 잘 드러난 영화는 <릴리 슈슈의 모든 것>(2001)이었다. 오랫동안 이와이가 영화화를 꿈꿨던 <뱀파이어>는 살인과 자살과 체액 교환의 성적인 기운이 가장 직접적으로 화면에 전시되는 이와이 세계다. 지나치게 달달한 순간이 튀어나오곤 하지만 그것 역시 이와이 순지 영화의 매력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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