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투갈 영화를 생각하면 단 하나의 이름이 떠오른다. 100살이 넘은 거장 마누엘 데 올리비에라. 그렇다면 젊은 포르투갈 영화는 대체 어디에 있는걸까.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의 <포르투갈 6인의 감독전>은 서구에 속해있으면서도 여전히 미지의 영역인 포르투갈 영화를 접할 수 있는 드문 기회다. 특히 ‘극한의 시네아스트들’이라는 이번 감독전의 부제에 가장 잘 어울리는 건 주아옹 페드로 로드리그쉬의 <유령>과 <남자로 죽다>다. 동성애자 환경미화원과 트랜스섹슈얼 가수가 주인공인 두 작품은 일종의 퀴어 시네마인 동시에 온갖 장르가 혼합된 아름다운 멜로드라마다.
주아옹 페드로 로드리그쉬의 영화들은 페드로 알모도바르의 초창기 영화들을 떠올리게 만드는 에너지가 있다. 그러나 주아옹 페드로 로드리그쉬는 퀴어 시네마 혹은 알모도바르의 적자라는 구속을 달가워하진 않는다. “알모도바르와 나는 매우 다른 감독들이다. 나로서는 고유한 영화적 특징을 갖고 싶다. 삶에 대해서나 세상에 대해서, 또 영화에 대해서도 말이다. 내 영화가 굳이 동성애 자체에만 방점을 두는 것도 아니다. 그저 내가 마음으로 느끼고 또 이야기를 하고 싶어하는 소재를 다룰 따름이다. 이성애자가 주인공이라고 해서 헤테로섹슈얼 시네마라고 부르진 않잖나?.”오히려 주아옹 페드로 로그리그쉬의 영화들을 관통하는 하나의 키워드를 찾는다면 그건 ‘욕망’이 되어야할 지도 모르겠다. “<유령>에는 욕망하는 인간의 몸이라는 테마가 있었고, 그 테마는 내 영화들 속에서 지속적으로 흐르고 있다.”
지금 유럽에서 가장 낯설고 강렬한 영화적 세계를 만들어가는 감독 중 한명인 주아옹 페드로 로드리그쉬의 차기작은 <내가 마지막으로 본 마카오>(Last Time I Saw Macau)다. “조셉 폰 스턴버그 감독의 고전 <마카오>로부터 영향을 받은 영화”라는 말을 들어보시라. 욕망과 포르투갈적인 멜랑콜리아와 오래된 식민지 마카오. 내년 부산에 이 영화가 온다면 놓치지 않는게 좋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