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영화]
가족의 사랑을 회복하고 확인하는 과정 <집으로 데려다 줄게요> I Carried You Home
2011-10-09
글 : 송경원

<집으로 데려다 줄게요> I Carried You Home
통퐁 찬타랑쿤 | 태국, 싱가폴 | 2011년 | 115분 | 뉴 커런츠

형제자매란 참 신기하다. 부모자식만큼 애틋하지도 않고 연인만큼 깊이 얽히지도 않지만 누구보다 서로를 잘 이해할 수 있다. 동시에 시원스레 터놓고 이야기하기엔 뭔가 어색하고 쑥스럽기도 하다. 형제자매만의 미묘한 거리감은 가깝지도 멀지도 않게,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서로를 보듬는다. <집으로 데려다 줄께요>는 어머니의 시신을 모시고 고향으로 돌아가는 길에서 두 자매가 서로를 위로하고 슬픔을 극복하는 과정을 그린 로드무비다.

방콕으로 자신을 만나러 온 어머니가 갑자기 사고로 돌아가시자 동생 판은 충격에 빠져 어쩔 줄 모른다. 싱가포르에서 일하고 있던 언니 핀이 뒤늦게 연락을 받고 달려오고 자매는 응급차에 어머니의 시신을 실은 채 고향집으로 간다. 오랜 동안 서로 보지 못했던 두 사람은 서먹하지만 이내 조금씩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하고, 판은 언니가 싱가포르로 떠난 이유를 이미 알고 있음을 고백한다. 어머니를 잃은 슬픔은 크지만, 같은 슬픔을 나눌 가족이 있기에 힘든 시간을 딛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다.

많은 이야기도 필요 없다. 얼마나 떨어져 있었건 상관없다. 혈연으로 묶인 두 사람의 관계는 이미 서로를 이해하고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다. 단지 ‘괜찮아’ 한 마디를 먼저 꺼내기가 그리 힘들다. <집으로 데려다 줄께요>는 작은 계기만으로 서로 마음을 터놓고 가족의 사랑을 회복하고 확인하는 과정을 잔잔하게 담아낸다. 세상의 편견과 오해를 견디지 못하고 고향을 떠났던 언니 핀이지만 동생 판은 이미 알고 있다고, 괜찮다고 말해준다. 그것은 이해가 아닌 공감의 영역이고, 그래서 가족이다. 통퐁 찬타랑쿤 감독은 번잡한 설명 대신 그저 두 사람을 한 공간에 놓고 지켜보는 것만으로 이야기를 대신한다. 차분하지만 지루하지 않은 전개가 돋보이는 따뜻한 감성의 수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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