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은 거짓말 하지 않는다> The Mirror Never Lies
카밀라 안디니 | 인도네시아 |2011년 | 100분 | 뉴 커런츠
아이들이 수상 가옥 사이에 얼기설기 놓인 판자들을 동동거리며 건너는 동안, 노인들은 한가로이 그물을 손질하고, 어촌의 강인한 여인네들은 한 편에서 밥을 짓는다. 인도네시아 캄풍 바조 마을에는 자연을 벗 삼아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바다에서 실종된 아버지를 기다리며 하루 종일 거울만 들여다보고 있는 소녀 파키스도 그 중 하나다. 그녀의 곁에는 남편에 대한 그리움을 가슴 깊이 묻어둔 젊은 어머니가 있고, 거북이가 되는 것이 꿈인 장난꾸러기 친구 루모도 있다. 그런데 이 평온한 마을에 돌고래 과학자 투도가 찾아오면서 긴장이 생기기 시작한다. 그리고 파키스가 투도를 향한 경계심을 풀고 해맑게 웃게 될 때 즈음, 그녀의 어머니 역시 그와 가까워진다.
<거울은…>의 이야기는 느슨한 호흡으로 전개된다. 하지만 스크린에 펼쳐진 총천연색 삶의 터전과 바다 속 정경, 그리고 파도 소리와 소박한 일상의 소리들 때문에 지루함을 느낄 겨를이 없다. 파키스는 아직 다 자라지 않은 물고기들을 놓아주기 위해 영화 속에서 여러 번 다른 사람의 물고기를 훔친다. 그러나 대개 그 작은 물고기들은 바닷물에 닿기도 전에 이미 죽어있다. 이 특별한 성장영화가 삶을 바라보는 시각도 그렇다. <거울은…>은 착하고 따뜻한 영화이지만 결코 나이브하지 않다. 사랑하는 가족을 잃고 때로는 그리움마저 삼켜야만 하는 쓸쓸한 현실에 대해서 영화는 쉽게 타협하지 않는다. 다만 파키스와 루모가 함께 슬픔을 나누고, 그들만의 꿈을 꾸도록 만든다. 영화 속 대사처럼, 파도는 다시 돌아올 때마다 매번 새로운 것을 가지고 온다. 아마도 감독은 조류에 실려 새로이 밀려오는 것을 희망이라고 생각한 것 같다. 그것은 파키스의 아버지가 가르쳐 준 거울의 주술적 의미이기도 하다. 아버지의 집이자 아이들의 미래인, 눈부시게 푸른 거울. 바다야말로 이 영화의 진짜 주인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