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육> Blood of My Blood
주아옹 카니조 | 포르투갈 | 2011년 | 139분 | 특별기획 프로그램2
차라리 들어오기 싫은 집도 있다. 리스본 외곽 빈민촌. 중년 여성 마리사에게 집은 지옥이다. 밥상머리에만 앉으면 대화는 어김없이 싸움으로 변질된다. 왜 아니겠나. 마약조직에 연루된 아들, 유부남과 연애를 하는 딸을 보고 있노라면 이 어머니에게 희망은 요원해 보인다. 포르투갈 감독 주아옹 카니조는 끈질기게 가족의 일주일을 클로즈업한다. 극도로 좁고 낡은 집은 이들의 현실을 구현하는 가장 큰 극적 장치다. 엄마와 딸이 싸우는 동안 한 프레임 안에 걸린 옆방에선 이모와 조카가 언성을 높이고 있다. 이들의 언쟁은 집 밖의 소음과 한데 섞여 곧 빈민촌 전체의 소음으로 규정된다. 폭력과 가난은 이토록 겹겹이 중첩돼 한 꺼풀 벗겨낼 엄두를 못 내게 만든다. 영화 말미의 충격적 파국이 오히려 당연한 수순처럼 보일 지경이다. 복잡한 가족사 탐구를 통해 가장 콤팩트하게 세계와 지역의 단면을 표출해온 주아옹 카니조 감독. ‘포르투갈 6인의 감독전: 극한의 시네아스트들’ 섹션은 그의 대표작 네편을 볼 수 있는 기회다. 국내에 이름이 알려지지 않았다는 점이 의아할 정도로 에너지가 풍만한 세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