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격투기계의 ‘게임 설계자’ 바지(한재석)는 장 사장(송영창)에게 진 빚을 갚기 위해 격투 경기와 베팅을 설계하고 도와줄 조직원을 모으기 시작한다. 두뇌 플레이 담당자부터 심판과 호객꾼, 베팅 접수자, 가짜 선수 등 무려 9명의 조작단이 모인다. 그리고 엄청난 재력의 겜블러 제임스(정성화)까지 베팅에 끌어들인다. 이후 짜인 순서대로 진행되던 경기는 갑작스레 참가자들의 변덕으로 경기 규칙을 변경해야 하는 위기에 놓인다. 그렇게 게임은 쉬지 않고 진행된다.
‘게임 조작단’ 이야기는 범죄스릴러 장르의 단골 소재다. 등장하는 인물 수만큼 배신과 반전을 심어놓을 수 있고, 그 또한 관객이 기대하는 바이기도 하다. 하지만 <히트>는 격투기 본 경기로 이어지기 전까지 설계 자체에 공을 들인다. 이성한 감독의 장기이기도 한 액션 연출의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는 점에서 그 기다린 시간이 허투루 쓰이지는 않았지만 사건에 끼어드는 인물 수만큼 그런 기대를 증폭시켰던 관객이라면 다소 의아하게 느끼거나 실망감을 안게 될지도 모른다.
영화는 이야기의 굴곡이나 주름을 만들기보다 굵직한 한번의 규칙 변경과 관심이 일거에 집중되는 마지막 대결로 쏠린다. 그래서 ‘범죄의 구성’ 자체가 목적이 아니었다면 인물들의 수를 좀더 줄이거나, 격투 경기가 벌어지는 하루 동안의 긴박한 실시간 구조였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물론 <스페어>나 <바람>에서 접했던 이성한 감독 특유의 색깔이나 장기는 뒤로 갈수록 날카로워진다. 확실히 이야기꾼으로서보다 영화 속 바지처럼 영화를 설계하는 안목에서만큼은 남다른 면이 있다. 그렇게 <히트>는 제법 긴 워밍업 시간이 흐른 뒤에야 ‘히트’를 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