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영화]
이제는 말라버린 그날의 기억에 생기를 <별이 빛나는 밤> Starry Starry Night
2011-10-10
글 : 송경원

<별이 빛나는 밤> Starry Starry Night
린슈위 | 대만, 중국, 홍콩 | 2011년 | 98분 | 뉴 커런츠

당신 인생의 가장 빛났던 순간은 언제인가. 때론 찰나의 시간이 삶을 지배한다. 누구나 인생에서 한번을 맞이하는 결정적 순간. 소중하고 아름다운 추억은 삶의 전환점이 되기도 하고, 누군가의 버팀목이 될 수도 있다. <별이 빛나는 밤>은 감수성 예민한 12살 소녀의 성장담을 통해 생의 결정적 순간을 추억한다.

12살 소녀 메이는 늘 불안하다. 매일 다투는 부모님은 섬세한 그녀의 마음에 그늘을 드리우고, 집에서도 학교에서도 편히 마음 기댈 곳이 없다. 그녀의 유일한 위안거리는 어린 시절 할아버지와 함께 봤던 별이 빛나는 밤하늘의 기억이다. 그녀는 불안해질 때면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의 퍼즐을 맞추며 마음을 달랜다. 어느 날, 전학 온 소년 제이의 삐딱한 태도에 마음이 끌린 메이는 그의 부모님 역시 불화에 시달리고 있음을 알게 된다. 서로의 처지를 이해한 소년과 소녀는 급속도로 친해지고 급기야 두 사람은 밤하늘의 빛나는 별을 찾아 함께 가출한다.

슬프고 외롭고 불안하지만 한편으론 즐겁고 설레고 따뜻하다. 인생의 반짝이는 한 순간은 그렇게 혼란스러워 아름답다. 소녀의 성장통을 파스텔톤의 화사한 색감과 발랄한 화면으로 그린 이 영화는 전체적으로 예쁘고 아기자기하다. 서로 아픔을 공유하는 메이와 제이의 풋사랑은 귀엽지만 가볍지만도 않다. 시종일관 말랑말랑한 감성을 자극하면서도 미묘한 떨림을 놓치지 않는 섬세함이 돋보인다. 그녀가 ‘별이 빛나는 밤’의 퍼즐을 맞췄던 마법 같은 순간 그녀는 소녀에서 어른으로 성장했지만, 그럼에도 그날의 아름다운 추억은 빛바래지 않는다. 무엇보다 이 영화의 미덕은 이제는 말라버린 그날의 기억에 풋풋한 생기를 불어넣어준다는 점이다. 이제는 되돌아 갈 수 없는 결정적 순간을 다시 한 번 추억하고 싶은 이들을 위한 감성으로 충만한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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