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 LA-BAS - A Criminal Education
귀도 롬바르디 | 이탈리아 | 2011년 | 100분 | 플래시 포워드
나폴리에서 30킬로미터 떨어진 캄파니아는 아프리카 이민자 2만명의 또 다른 고향이다. 영어와 불어를 쓰는 그들의 절반은 불법이민자들이고 그들에게 거주지나 일자리를 주는 것은 불법이다. 이런 환경은 필연적으로 거대한 범죄조직의 발생을 유도하게 된다. 갓 이탈리아에 도착한 이수프는 오래 전 이주해 자리 잡은 삼촌을 찾으려 한다. 삼촌의 행방을 몰라 일단 합숙소에 들어간 이수프는 자기 또래의 친구를 만나게 되고 그에게 현지 사정에 대해 조금씩 듣게 된다. 도로 한가운데서 티슈를 파는 그가 이곳에 온 지 벌써 6년째라는 말에 이수프는 깜짝 놀란다. 범죄자가 되지 않으면 아무 것도 할 일이 없는 절망스러운 현실을 전혀 몰랐던 것이다. 이수프는 상상 이상의 열악한 환경에 점차 적응해 가면서 그가 할 수 있는 일을 찾기 시작한다. 세차장에서 일하게 된 이수프는 어느 날 삼촌이 차에 싣고 온 사체를 보고 경악한다.
불법이민자들의 문제는 비단 이탈리아 어느 지역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세계 곳곳에서 비슷한 일이 발생하고 있고 해법을 찾는 길은 묘연하다. 한때 조각을 했던 예술가적인 삼촌이 마약 딜러가 되어 있는 곳에서 이수프는 어떤 삶을 택해야 하는지 고뇌에 빠진다. 삼촌처럼 미술에 소질이 있는 이수프가 꿈을 안고 이탈리아 땅에 내리기 전 그는 수첩에 ‘일’이라는 단어를 첫 장에 크게 적는다. 부자가 되어 왕처럼 아프리카로 돌아가지 못한다면 영원히 이곳에 머물러야 한다는 삼촌의 말은 이수프의 가치관을 뿌리째 뒤흔든다. 노동을 해도 자유롭게 살기 힘든 자본주의 세계에서 노동마저도 박탈당한 이중고에 시달리는 이민자 문제는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의 지탱 원리를 돌아보게 만든다. 선택의 폭이 없는 삶은 필연적으로 인간을 막다른 골목으로 밀어 넣고 이런 상황에서 도덕적 비난은 힘을 잃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