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영화]
부와 신분, 계급의 차이에서 오는 소외계층의 무력감 <곤히 주무세요> Sleep Tight
2011-10-10
글 : 이화정

<곤히 주무세요> Sleep Tight
하우메 발라게로 | 스페인 | 2011년 | 102분 | 월드시네마

공포도 이런 공포가 없다. <곤히 주무세요>는 생각만 해도 끔찍한 주거침입에 관한 이야기다. 범인은 고급빌라 수위로 일하는 세자르다. 병든 노모가 있는 세자르는 빌라에 사는 아름다운 여인 클라라를 흠모한다. 그러나 부유한 남자친구를 둔 그녀에게 박탈감을 느낀 그는 괴상한 방식으로 그녀에 대한 애정을 풀어간다. 바로 그녀의 집을 몰래 침입, 잠든 그녀를 수면에 빠뜨리고 상습적 성폭행을 자행하는 것이다. 영화는 낮의 성실한 세자르와 밤의 괴한 세자르의 이중적인 면모를 낱낱이 기록한다. 삐뚤어진 애정이 불러일으키는 행각은 경악 그 자체로까지 치닫는다.

스페인 감독 하우메 발라게로가 주목하는 것은 바로 이 변태적 애정행각이 일어나는 원인을 제공한 이 사회의 구조적 모순이다. 부와 신분, 계급의 차이에서 오는 소외계층의 무력감이 결국 상상할 수 없는 변종괴물을 만들어 낼 수 있음을 똑바로 직시하라고 말한다. 클라라의 침대 밑에 숨어있는 세자르, 이 한 장면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모든 걸 웅변해 준다. 영화를 본 후 한동안은 곤히 잘 생각 따위 싹 달아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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