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의 타고르가 1913년에 받은 노벨문학상 메달은 지난 2004년 자취를 감추었다. <노벨상 메달 도둑>은 이 사건을 통해 타고르의 휴머니즘과 현대 인도의 관계를 바라보는 영화다. “당시의 가장 즉각적인 반응은 ‘믿을 수 없다’였다. 국가적 안보나 경찰 시스템에 비상이 걸릴 정도로 모두가 충격을 받았다.” 감독인 수먼 고시는 타고르의 탄생 150주년인 올해 “과연 그의 철학이 지금 인도에 얼마나 남아있는가가 궁금했다”고 말했다. “노벨상을 받은 건 100년 전의 일이다. 지금 인도는 세계화를 통해 많은 변화를 겪은 상태다. 그의 노벨상 수상을 축하하는 이야기보다는 그가 남긴 게 무엇일까를 반추하는 게 흥미로울 것 같았다.”
영화는 도둑들이 훔친 메달을 우연히 주운 한 촌부가 메달을 돌려주려다 겪는 소동을 그리고 있다. 사람들은 그의 말을 믿지 않는다. 경찰들은 그를 이용해 자신들의 안위를 살피려 할 뿐이다. 차라리 메달을 팔아 가난에서 벗어나고픈 마음도 있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다. “타고르가 죽기 전에 남긴 한 편의 에세이는 인도사회의 엘리트 문화를 지적하는 것이었다. 인도의 계급제도가 99%의 가난한 촌부와 1%의 엘리트로 나뉘어져 있다는 것이다. 심지어 영화에도 나오듯이 지배층은 촌부들을 거짓말로 농락해 그들의 삶을 무너뜨리기도 한다. 주인공을 통해 더 이상 되돌릴 수 없을 정도로 망가진 사회의 단면을 보여주고 싶었다.”
<노벨상 메달 도둑> 이전에도 시대의 변화에 적응하려는 노년의 분투와 윤리의식의 변질에 대한 영화들을 만들었다는 그는 앞으로도 인도의 변화를 영화의 소재로 삼을 계획이다. 다음 작품은 <노벨상 메달도둑>과 같은 풍자극이다. 아이폰이나 아이패드 등의 테크놀로지에 우리가 얼마나 집착하고 있는가를 드러낼 거라고 한다. 마음이 뜨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