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제 소식]
무협도 무조건 재밌어야 해
2011-10-11
글 : 김성훈
사진 : 손홍주 (사진팀 선임기자)
<무협> 진가신 감독

“무조건 재미있는 무협영화를 만들겠다.” <무협>의 진가신 감독이 인터뷰를 하는 동안 가장 많이 한 말이다. <무협>은 류진시(견자단)라는 정체불명의 고수가 과거의 자신을 버리고 새 출발하기 위해 한 마을에 들어와 가정을 꾸린다. 어느 날, 그는 마을을 침입한 두 명의 악당들을 제압하게 되는데, 이 사건을 조사하러 마을을 찾은 형사(금성무)가 류진시의 정체를 의심하면서 사건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무협>은 촬영 전부터 국내 영화팬들 사이에서 ‘장철 감독의 <독비도>를 리메이크한 작품이 맞다, 아니다’로 의견이 분분했다. 결과부터 얘기하자면 <독비도>를 떠올리게 하는 장치가 적지 않게 등장하나, <무협>은 <독비도>와 다른 영화이다. 분명한 건 감독의 말처럼 <무협>은 ‘재미있는 무협영화’라는 것이다.

-<명장>(2007)을 찍고 난 뒤 무협 장르에 대한 생각이 어떻게 바뀌었나.
=<명장>을 찍을 때는 무협영화를 찍는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 한 개인의 선택이 인물의 관계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에 집중한 ‘드라’'라고 생각을 하면서 <명장>을 찍었다.

-<무협>은 장철 감독의 <독비도>(1967, 한국 개봉명 <의리의 사나이 외팔이>)를 리메이크한 작품이 맞나.
=<무협>은 장철 감독에 대한 오마주에서 출발하는 건 맞다. 우리 세대들의 홍콩인들은 어릴 때 가장 즐겨본 영화가 장철 감독의 작품들이니까. 외려 <무협>을 준비하면서 무협 장르에 대해 고민을 했다. <무협>은 고전적인 설정에서 출발한다. 강호의 고수(견자단)가 과거의 자신을 버리고 한 마을에 들어와 새 출발하려고 한다. 그러나 주변 사람들 때문에 그 마저도 쉽지 않다는 설정 말이다. 제목을 <무협>이라고 정한 것도 관객에게 미리 ‘이 영화는 무협영화’라고 알리기 위해서다.

-젊은 관객을 의식한 까닭일까. 이야기의 외형은 무협 장르지만 내부 구조는 추리극에 기초한다.
=류진시의 정체를 밝히려고 하는 형사가 현대적인 캐릭터다. 과거 무협영화처럼 인물과 배경 그리고 사건이 이렇고 저렇고 라고 나열하지 않고, 형사의 눈을 통해 류진시라는 고수가 어떤 인물인지라는 질문에 대해 조금씩 반전과 반전을 오가는 구조를 염두에 두고 이야기를 전개해나갔다. 과거의 어떤 사건(?) 때문에 또 다른 자아로부터 벗어나지 못하는 형사가 조금씩 자신을 극복해나가는 것도 함께 보여주고 싶었다.

-견자단과의 첫 작업이다. 이 영화는 진가신의 <무협>이기도 하겠지만 견자단의 <무협>이라 불려도 손색이 없다.
=견자단이 없었다면 <무협>은 완성될 수 없었을 것이다. 촬영 전, 견자단과 이런 이야기를 나눴다. 새로운 무협영화를 보여주자. 타격감이 강하게 느껴지고, 사실적인 액션을 위주로 액션 신 설계를 하자고. 참, 그가 한없이 강한 사람인 줄 알았는데 의외로 마음이 여리고, 그게 화면에 드러나더라.

-‘외팔이 왕우’는 언제나 영웅이었다. 그런데 ‘외팔이’ 견자단과 ‘악당’ 왕우의 마지막 객잔 대결신을 보니 기분이 참 묘하더라.
=왕우가 연기하는 류진시의 아버지는 영화의 중반부부터 등장하는 악당이다. 어떤 면에서 견자단보다 더 위력적이어야 했다. '누가 어울릴까' 고민하던 중 왕우 밖에 안 떠오르더라. 혹시나 하는 마음에 왕우에게 전화를 걸었는데 의외로 흔쾌히 '한번 해보지 뭐'라며 출연 제안을 수락해줬다. 견자단과의 액션 신 때 왕우는 정말 존재감이 상상을 초월했다.

-차기작 계획은 어떻게 되나.
=아직 잘 모르겠다. 정말 끌리는 게 하나 있긴 하다. 아직 밝힐 단계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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