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영화]
깊이있는 사유와 끝내주게 건조한 유머감각 <알프스> Alps
2011-10-11
글 : 김도훈

<알프스> Alps
요르고스 란티모스 | 그리스 | 2011년 | 93분 | 월드 시네마

어쩌면 미카엘 하네케의 가장 명석한 영화적 제자. 재작년 칸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대상을 차지한 그리스 감독 요르고스 란티모스의 <송곳니>는 모던 시네마의 자장 속에서 사회적 폭력과 억압을 사유하는 기막힌 부조리극이었다. 두 번째 영화이자 베니스 경쟁부문에서 먼저 선보인 란티모스의 두 번째 영화 <알프스>는 <송곳니>에 이어지는 일종의 형제 영화라고 할 만하다. 영화 속 ‘알프스’는 간호사, 체조선수, 코치 등이 결성한 기묘한 조직이다. 이들은 유족들의 돈을 받고 죽은 가족이나 친지 노릇을 대신하는 일을 한다. 그런데 간호사는 죽은 테니스 선수를 연기하던 중 가짜 부모와 괴이한 유대감을 느끼기 시작하고, 결국 알프스에서도 버림받을 처지가 된다.

<알프스>에서 요르고스 란티모스가 말하려고 하는 바는 뚜렷하다. 그는 현대인의 고독이 어떻게 유사가족을 필요로 하게 되었는지를 파헤치는 동시에, 실재와 유사품 사이의 관계를 끊임없이 관객이 생각하도록 만든다. <알프스>는 전작 <송곳니>처럼 관객의 숨통을 끊어놓을 듯 날카롭진 않다. 폭력의 정도 역시 훨씬 유연하다. 대신 여기에는 전작보다 깊숙하게 침투해 들어가는 사유와 끝내주게 건조한 유머감각이 있다. 지금 세계 영화계의 새로운 물결이 궁금하다면 요르고스 란티모스의 이름을 꼭 기억하는 편이 좋을 것이다.

관련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