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영화]
폭소가 아닌 희한한 웃음을 짓게 만드는 소동극 <르 아브르> Le Havre
2011-10-11
글 : 이화정

<르 아브르> Le Havre
아키 카우리스마키 | 핀란드, 프랑스, 독일 | 2011년 | 93분 | 월드 시네마

<황혼의 빛> 이후 5년 만. 아키 카우리스마키가 그 사이 아무래도 착한 마음씨 기르기 수양을 한 게 분명하다. 93분 러닝타임을 이끌어가는 동력은 그의 명성도, 화려한 스탭도 아닌 무조건적인 선량함이다. 르 아브르는 프랑스의 항구도시로, 이 영화는 그 도시에서 일어나는 한편의 동화를 재구성한다. 가난한 남자는 엄마를 찾기 위해 밀입국한 흑인 소년을 알게 되고, 그를 전적으로 도와주기로 작정한다. 밀입국자를 숨겨주었다고 의심하는 경찰의 눈을 피해야 하는데다, 건강이 악화된 아내 때문에 남자의 상황은 위기일발이다. 아키 카우리스마키는 이 소동극을 통해 유럽에 만연한 이민자 문제와 가난을 특유의 유머와 익살로 조명해낸다. 규정하기 힘든 독특한 캐릭터, 폭소가 아닌 희한한 웃음을 짓게 만드는 에피소드들은 카우리스마키의 전작 그대로다. 주목할 건 이 영화의 결말이다. 칸국제영화제 공개 당시 기자들을 가장 많이 웃게 하고 가장 행복하게 한 문제의 장면이자, 이 정도면 관객 서비스를 위한 감독의 깜짝선물이라 해도 전혀 손색이 없다. 도무지 현실에선 일어나지 않을 것 같은 일련의 과정들을 보고 있노라면 르 아브르 자체가 모두 하나의 거대한 세트가 아닐까 하는 착각에 빠지게 된다.

관련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