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잠> Golden Slumbers
데이비 추 | 캄보디아, 프랑스 | 2011년 | 96분
한해 400편의 영화가 만들어지며 화려하게 번창했던 캄보디아의 영화산업은 1975년 크메르 루주가 집권하며 몰락하게 된다. 영화인들은 인민의 적으로 몰려 살해당했고 극장들은 파괴되었으며 영화 필름들은 불타 없어지게 되었다. 이제 남은 극장들은 빈민들의 주거지로 이용되고 있고 70년대의 화려한 기억들은 몇몇 영화팬들의 단편적인 추억으로만 남아있다.
<달콤한 잠>은 정치적인 이유로 말살되어 버린 캄보디아의 영화유산에 대한 기억을 담고 있는 영화다. 영화가 시작되고 우리는 캄보디아의 시골길을 달리는 카메라의 시선으로 어둠을 뚫고 어디론가 달려간다. 카메라를 지나치며 멀어져가는 오토바이 불빛들을 보던 우리들은 거꾸로 달리는 오토바이를 보며 비로소 이 화면이 되감기고 있는 화면임을 깨닫게 된다. 영화는 이 되감기 화면처럼 우리를 캄보디아의 영화산업이 번창했던 70년대로 이끌어간다. 그리고 그 시절을 회상하는 당시의 영화인들을 통해서 그 시절의 기억들이 “달콤한 꿈”과 같은 느낌이라는 것을 공감하게 된다.
그리 멀지 않은 과거인 1970년대의 캄보디아 영화적 황금기는 당시에 활동했던 영화인들과 관객의 기억을 통해 기발하고 흥미로웠던 특수효과, 프랑스와의 합작영화, 관객과 함께 호흡했던 스타의 추억 등으로 떠올려진다. 이제는 폐허가 되었거나 식당, 혹은 가라오케가 되어버린 스튜디오와 극장들 속에서 조금씩 찾아지는 기억의 파편들은 그곳에서 살아가는 캄보디아인들의 오늘의 삶의 모습과 중첩되며 묘한 느낌을 만들어 낸다. 어쩌면 여전히 복구되지 않고 있는 번창했던 과거의 기억들이 당시의 상황을 전혀 모르는 젊은 세대에게는 마치 벽돌담 위에 비춰지는 과거의 영상들처럼 비현실적인 느낌으로 다가 올 수도 있을 것이다.
벽돌담 위로 비춰지는 그 작은 영상의 기억을 통해 잃어버린 꿈의 영광을 되찾아 보려는 사람들의 마음의 떨림을 느낄 수 있었다면, 그 담을 넘어서 새로운 캄보디아의 영화역사를 준비하는 젊은 영화학도들의 모습에서 우리는 그 가능성을 좀더 구체적으로 찾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