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구의 무기> The Sword Identity
수하오펑 | 중국 | 2011년 | 108분 | 아시아 영화의 창
2명의 검객이 나타나 명성이 자자한 4대 문파를 격파한다. 이들의 목적은 문파 수장들과의 결투다. 하지만 수장들은 상대의 칼이 왜구의 것을 닮았다는 이유로 결투를 받아들이지 않을 뿐만 아니라, 그들을 왜구로 몰아 죽이려 한다. 검객 중 한 명인 리앙 헌루는 마을에 숨어들어 자신의 무술실력을 드러내고, 자신과 손에 쥔 칼의 정체성을 밝혀야 한다.
무협영화로 보기에 <왜구의 무기>에는 칼과 칼이 부딪히는 순간보다 숨죽여 긴장하는 순간이 더 많다. 이러한 정중동의 연출은 종종 의외의 웃음을 만들어내는 데, 그렇다고 해서 기타노 다케시의 무협영화를 닮으려는 노력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영화는 곳곳에 놓인 틈을 통해 관객이 잠시 생각해보기를 원하고 있다. 문파의 수장과 왜구의 무기를 든 검객의 갈등은 권력자의 뒷면을 드러내는 동시에 전통의 진짜 개념을 이야기한다. 극 중의 검객은 푼수끼 가득한 한 여자에게 무기를 맡긴다. 커튼으로 모습을 감춘 채, 무기를 쥔 여자는 자신에게 달려오는 사람들을 죄다 쓰러뜨린다. 이들이 전통을 수호하며 연마한 무술은 상대의 무기가 아닌 자신의 두려움에 지고 마는 것이다.’칼’을 소재로 문화적 정체성과 권력 자체를 의심하는 <왜구의 무기>는 꽤 웃기고, 상당히 철학적인 무협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