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브 잡스가 사망했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 나는 아이패드로 뉴스를 검색하고 있었다. 그리고 트위터와 페이스북과 유튜브로 관련 소식들을 검색했다. 이렇게 정리하니 문득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세상과 소통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기억에 남는 건 어머니가 전화로 말씀하신 “스티브 잡스 봐라, 억만장자도 다 소용없다, 건강하게 살아야 해”지만.
영화 <소셜 네트워크>는 다른 세상을 만든 천재들의 이면을 다룬다. 성공신화가 아닌 내면을 들여다본다는 점에서 스릴러에 가까운데 음악도 안락한 멜로디 사이에 이질적인 전자음이 섞여 묘한 긴장감을 형성한다. 나인 인치 네일스의 트렌트 레즈너와 그의 동료 아티쿠스 로스의 공동 작업이다. 영화 전반에 안개처럼 흐르는 <Hand Covers Bruise>와 클럽 튠의 <In Motion>, 그리고 노이즈가 귀를 긁는 <A Familiar Taste>가 인상적이다. 실제론 어떨지 모르지만, 이 사운드트랙은 영화 속 마크 주커버그의 불안정한 내면의 사운드그래프다.
그렇다면 스티브 잡스는, 왠지 스탠퍼드 연설문을 참고할 때 <포레스트 검프> 같은 영화가 나오지 않을까. 뭐가 되었든, 과연 누가 그를 위한 사운드트랙을 맡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