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아유]
[who are you] 헨리 호퍼 Henry Hopper
2011-10-25
글 : 이화정
사진 : 최성열

출연작 단 한편으로, 헨리 호퍼는 지금 할리우드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는 기대주다. 리버 피닉스와 맷 데이먼을 이을 소년이라는 데에야 그를 주목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구스 반 산트의 <레스트리스>에서 그는 교통사고로 부모를 잃고, 자신 역시 3개월간 임사상태에 빠졌던 경험을 가진 소년 에녹을 연기한다. 죽음에 가장 가까이 갔던 그는 그 트라우마에서 쉽게 빠져나오지 못해 고통받는다. 구스 반 산트 영화의 청년들이 스케이트보드를 타거나 총을 쏘며 반항을 구체화하는 동안 그가 하는 일은 이렇다. 남의 장례식에 몰래 참석해 조문을 하거나 환상 속에 존재하는 가미카제 친구와 대화하기. 어느 날 우연히 말기암 선고를 받은 애너벨(미아 와시코스카)을 만나면서 꽁꽁 닫혀 있던 문을 열고 생을 받아들이기로 한다. 미아 와시코스카가 밝고 청량한 젊음의 색을 발현한다면 잔뜩 웅크리고 있는 헨리의 젊음은 연약해서 지켜줘야 할 것 같은 동그란 형체를 띠고 있다. 마치 애너벨이 그 작은 원에 채색을 해주는 것처럼. 구스 반 산트는 내지르지 않고 눌러담는 헨리의 연기를 보고 “그의 연기는 마치 다른 세대에서 온 것 같은 품격을 갖추고 있다”고 평가한다.

그 다른 세대란 다름 아닌 헨리의 아버지이자 얼마 전 타계한 데니스 호퍼일 것이다. “연기에 관해서 아는 모든 건 아버지에게서 배웠다. 우린 모든 걸 터놓고 말하는 사이였다”라는 그는 여전히 “걱정 말고 침착하라!”는 아버지의 조언을 간직하고 있다. 헨리는 가정사에 있어선 실패라는 인장이 찍힌 호퍼의 다섯번의 결혼 중 네 번째 배우자인 발레리나 출신 배우 캐서린 라나사 사이의 아들이다. 1990년생으로 올해 20살, 그는 자신을 연기자로만 소개하기보단 비주얼 아티스트로 명명한다. 학교를 그만뒀지만 미술과 조각을 공부했으며 전시회를 열기도 했다. 연기는 14살 때 주말 연기학교에 다니면서부터 시작했고 TV와 영화의 단역에도 여러 편 참여했다. “연기를 하는 건 나의 뿌리에 존재하는 이미지를 탐험하고 있는 것과 같다”는 철학적인 발언이 그의 표현이다. 디즈니 채널을 보는 데 시간을 낭비하는 것보다 오스카 와일드와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에 대한 탐구를 더 평가한다는 그는 아무래도 스타보다 예술가 기질이 다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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