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지않아 로맨틱코미디의 신종 장르로 ‘러브스위치’라는 이름의 장르가 탄생할지도 모르겠다. 켰다가 꺼버리면 그만인 스위치처럼 사랑도 필요에 따라 멈췄다가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것이 아니겠냐고 되묻는 게 최근 로맨틱코미디 장르의 경향이기 때문이다. <프렌즈 위드 베네핏>은 ‘섹스 파트너’를 일컫는 제목처럼 남녀 관계 속 사랑의 필요성을 저울질하는 영화다. LA의 유명 블로거 딜런(저스틴 팀버레이크)과 뉴욕의 헤드헌터 제이미(밀라 쿠니스)는 각기 연인에게 결별을 통보받는다. 상처받은 이들은 “조지 클루니처럼 일과 섹스에만 전념하겠다”고 선언한다(물론 농담이다). 헤드헌터인 제이미가 딜런을 <GQ>의 아트 디렉터로 추천한 것을 계기로 둘은 절친한 친구 관계로 발전한다. 어느 날 저녁, 마음이 통한 이들은 한 가지 위험한 계약을 맺는다. 친구 사이를 유지하되, 서로가 원할 때마다 섹스 파트너가 되어주는 것이다.
친구에서 연인이 되기까지 온갖 갈등을 겪다가, ‘해피엔딩’이라는 편도행 티켓을 끊고 종착역까지 질주하는 건 할리우드 로맨틱코미디의 전형적인 공식이다. <프렌즈 위드 베네핏>은 이 전형성을 답습하길 두려워하지 않는다. 대신 이 영화는 나름의 승부수로 시대성을 내세운다. 아이패드 성경 어플에 손을 얹은 채 섹스 파트너 계약을 맺고, 뉴욕 한복판에서 진행되는 플래시몹 행사를 빌미로 사랑을 고백하는 장면은 익숙한 레퍼토리임에도 신선하게 다가온다. 관계를 맺다가 볼일이 급하다며 알몸으로 뛰쳐나가는 남자와 엉덩이에 쥐가 났으니 베개로 받쳐달라는 여자의 ‘잠자리 유머’를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하지만 이 영화의 가장 큰 수확은 바로 저스틴 팀버레이크와 밀라 쿠니스다. 그래미 어워드의 스타 뮤지션과 <블랙 스완>의 관능적인 흑조는, 누구도 그들에게 기대하지 못했던 넉살 좋은 유머와 몸연기를 선보인다. 이들은 얼마 전 MTV 어워드에서 서로의 민감한(?) 부위를 만져 파장을 일으켰는데, 이처럼 스스럼없고 친밀한 실제 관계가 <프렌즈 위드 베네핏>에선 긍정적인 시너지 효과로 나타난 듯싶다. 한편 자유분방한 연애를 즐기는 제이미의 엄마로 패트리샤 클락슨이, 딜런이 다니는 회사의 매력적인 게이 상사로 우디 해럴슨이 출연해 주인공 남녀의 연애와 삶에 다리를 놓는다.
이 영화의 연출을 맡은 윌 글럭은 주목할 만한 이름이다. <NBC> 쇼프로그램의 작가와 연출자로 경력을 쌓아온 그는 2010년작 <이지 A>로 로맨틱코미디 연출에 대한 잠재력을 인정받은 바 있다. 소셜 네트워크, 아이패드, 플래시몹 같은 동시대의 트렌드를 영화의 소품으로만 여기지 않고 적시에 유머의 소재로 활용하는 것, 스토리의 빠른 전개와 수다스러운 대사가 글럭의 연출 스타일이다. 영화의 중반부, 딜런과 제이미의 이야기가 다양한 방향으로 갈라지며 그의 장기가 충분히 발휘되지 못한 점은 아쉽지만 <프렌즈 위드 베네핏>은 힘 빼고 가벼운 마음으로 즐기기엔 썩 만족스러운 로맨틱코미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