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별 대표 ‘뮤즈’가 한자리에 모인다. 문예봉, 최은희, 김지미, 문희, 남정임, 윤정희, 정윤희, 장미희, 유지인 등 한국 여배우의 대표작 42편이 한국영상자료원에서 상영된다. 한국영상자료원 민병현 홍보담당은 “그간 특정 시대의 여배우를 주제로 한 특별전은 여러 번 있었다. 그러나 식민지 시대부터 1980년대까지 시대별 대표 여배우의 작품을 한꺼번에 상영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한다.
무려 28명의 여배우를 모은 만큼 작품을 고르는 것도 일이다. 아무래도 가장 눈에 띄는 건 ‘1, 2세대 트로이카(문희, 남정임, 윤정희 그리고 정윤희, 장미희, 유지인)’다. 작은 몸매에 때묻지 않은 청순가련한 문희는 <법창을 울린 옥이>와 <원점>을, 깜찍하고 발랄한 남정임은 <유정>을, 억센 시골 여성과 세련된 도시 여성까지 다양하게 연기한 윤정희는 <감정> <무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정윤희 특유의 백치미를 보고 싶다면 <앵무새 몸으로 울었다> <꽃순이를 아시나요>를 고르면 되고, 소녀티를 벗지 않은 순수한 장미희가 궁금하다면 <겨울여자>를 보면 되겠다. <바람 불어 좋은 날>에서 유지인이 특유의 카리스마로 상대남자를 휘어잡는 모습도 명장면이다. 이 밖에도 조선영화계 최고 스타였던 문예봉(<미몽> <조선해협>), 한국영화 최초로 상대남자와 키스를 한 윤인자(<운명의 손>), 육감적인 몸매와 농염한 이미지의 안소영(<애마부인>), 월드스타 강수연(<경마장 가는 길>) 등 여배우의 다양한 면모를 확인할 수 있다. 기획전은 11월1일부터 30일까지 시네마테크 KOFA에서 열린다(모든 작품은 무료다. 자세한 사항은 한국영상자료원 홈페이지(www.koreafilm.or.kr/cinema)를 참조할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