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나비효과와도 같은 인연의 연쇄고리 <커플즈>
2011-11-02
글 : 남민영 (객원기자)

자신의 반쪽을 찾는 것은 세상에 숨겨진 마지막 퍼즐 조각을 찾아내는 일과 비슷하다. <커플즈>는 다섯 싱글 남녀의 퍼즐 맞추기다. 영화는 사라진 여자친구 나리를 찾는 남자 유석(김주혁), 약혼남에게 버림받은 교통경찰 애연(이윤지), 돈 많은 남자가 최고라 믿는 꽃뱀 나리(이시영), 친구의 여자친구인 나리를 사랑하는 흥신소 직원 복남(오정세), 어두운 세계에 몸담고 있지만 나리에게만은 따뜻한 병찬(공형진)이 한날한시 한 사건에 얽히면서 시작된다. 교통사고, 은행강도, 소매치기 등 우연한 사건으로 시작된 인연은 악연으로 혹은 필연으로 연결되고, 덕분에 서로를 알게 된 다섯 싱글 남녀는 진정한 자신의 짝을 찾아간다. 여기에 주인공들이 벌이는 사건에 엮인 다른 이들도 서로의 짝을 만나게 되면서 기적 같은 인연이 계속된다. 마치 나비효과와도 같은 이러한 인연의 연쇄고리는 <커플즈>의 이야기를 지탱하는 가장 큰 원동력이자 핵심적인 재미다.

일본 감독 우치다 겐지의 <운명이 아닌 사람>을 원작으로 하는 <커플즈>는 <가문의 부활: 가문의 영광3> <홍길동의 후예> <원스 어폰 어 타임>을 연출했던 정용기 감독을 만나 원작보다 가볍고 산뜻한 분위기로 방향을 선회했다. 그러나 이야기의 구조 외에 다른 재미들이 효과적으로 쌓인 건 아니다. 복잡하게 꼬인 관계를 풀어나가는 과정은 때로 유쾌하지만 종종 느리고 답답한 탓에 영화의 재미가 반감된다. 나름 흥미로운 사연을 가진 다섯명의 캐릭터 또한 기존의 로맨틱코미디에서 보인 캐릭터들에 비해 생기가 덜한 편이다. 그나마 반짝이는 건 극중에서 꽃뱀으로 분한 이시영의 연기와 영화 곳곳에 포진된 깨알 같은 유머 정도다. <커플즈>는 우연한 사건으로 시작된 커플 탄생기에 초첨을 맞추며 후반부까지 달려가지만 단지 우연으로만 연결되는 사건이 드러내는 사소한 반전들이 영화의 강점이라 하기엔 어딘가 부족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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