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뭔가 배신당한 기분이다. 나는 <완득이>의 주인공이 유아인이라기에, 완득이에게 기대를 잔뜩 걸었는데…. 웹툰 <패션왕>의 ‘창주’처럼 교복 바지를 피가 안 통할 정도로 줄여 입지는 않더라도 셔츠 안에 받쳐 입는 티셔츠쯤은 매일 갈아입음으로써 교복 레이어드의 신기원을 열어줄 줄 알았는데 웬걸? 펄럭이는 교복 바지에 꾀죄죄한데다 평범하기까지 한 운동화(‘레어 아이템’도 아니고!), 집에선 늘 헐렁한 후드 점퍼 차림이라니…. 그런데 뭔가 이상해. 멋낸 티 하나도 안 나고, 비싸 보이지도 않는 아이템들을 걸쳤을 뿐인데 완득이는 왜 멋있는 거지? 그래서 분석해봤더니, 완득이야말로 몇 백만원짜리 스니커즈를 살 돈도 없고 수선비 5천원도 아까워하며, 그냥 입어도 별 문제 없는 옷을 굳이 세탁소까지 찾아가 수선할 의지도 없는 우리 보통 사람들을 위한 바람직한 패션 아이콘이더군! 자, 주목하시라. 완득이에게서 배우는 스타일의 지혜. 일명, 돈 안 들이고도 멋있어 보이는 법, 옷장 안에 있는 옷만으로도 ‘간지남’ 되는 방법!
대부분의 학생들이 교복 셔츠 아래 받쳐 입는 언더셔츠는 흰색이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일반적인 생각을 따랐다간 뻔한 옷차림밖에 할 수 없다. 때로 완득이처럼 셔츠에 비해 훨씬 짙은 색 티셔츠를 선택해보라. 얌전하기만 한 교복이 카리스마 있는 옷차림으로 돌변할 것이다(단, 슈트 차림에서 언더셔츠를 입는 것은 금물!) ‘똥주’는 자기나 완득이나 집에서 후줄근한 ‘추리닝’을 입고 있다고 생각하겠지만 천만의 말씀. 완득이가 입은 면 후드 점퍼가 스마트폰 시대의 추리닝이라면 ‘똥주’의 저지 소재 ‘추리닝’은 ‘롤라장’ 시대의 산물이다. 즉, 디자인뿐 아니라 소재에도 트렌드가 있다는 점을 기억할 것. 레이어드는 뻔한 옷도 달라 보이게 만든다. 킥복싱 훈련하던 완득이가 설마 추워서 긴팔 티셔츠 위에 반팔 티셔츠를 껴입었겠나? ‘귀찮게 뭘 두개나 입어?’라고 생각하거나 ‘옷을 껴입는 건 추위를 피할 때나 하는 짓’이라 생각해서는 이른바 ‘간지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을 수 없다. 무조건 껴입어라. 같은 옷도 색달라진다. 껴입기, 다시 말해 ‘레이어드’에 다소 익숙해졌다면 이번엔 남들과 다른 레이어드 방법을 시도해볼 차례. 껴입는 옷들의 순서를 뒤바꿔보라. 티셔츠, 셔츠, 후드 점퍼, 교복 재킷의 순서로 껴입던 것을 티셔츠, 셔츠, 교복 재킷, 후드 점퍼의 순서로 입는 게 그 예. 별것 아닌 시도지만 옷차림이 신선해진다. <패션왕>의 주인공들처럼 뽐내기 위해 옷을 입는 건 초보자들이 패션을 즐기는 방식에 불과하다. 정말로 멋있어지고 싶다면 완득이처럼 ‘멋있어 보이고 싶다’는 욕심 자체를 버려라. 뭘 입어도 어떤 자세로 있어도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경지, “물은 물이요, 간지는 간지다”라고 말할 수 있는 경지, 그곳이 우리가 도달해야 할 최후의 목적지다. 링에 오른 완득이에게 관장님이 한 충고를 잊지 말자. “힘 빼라, 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