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캐스트 극장영화사업팀 박지예 팀장은 늦도록 일하고 있었다. 그럴 만도 하다. 얼마 남지 않은 중요한 행사가 두개나 있어 일찍 퇴근할 겨를이 없는 그녀다. 12월1일(목)부터 7일(수)까지 열리는 ‘2011 씨네큐브 예술영화프리미어페스티벌’이 당장 눈앞에 다가왔고, 연이어 12월8일(목)부터 21일(수)까지는 ‘김기덕 감독 회고전’을 열기 때문이다. “프리미어페스티벌 행사는 씨네큐브 개관 기념일을 맞아 2009년 12월에 처음 시작해 올해 세 번째다. 일년 동안 우리 극장을 사랑해준 관객을 위한 선물의 의미로 예술영화 중 미개봉작들 위주로 상영하는 행사다. 올해는 16편이다.” 다르덴 형제의 <자전거 탄 소년>, 알렉산더 페인의 <더 디센던트>, 폴 지아마티가 출연하는 <세 번째 사랑> 등 몇 작품만 나열하는데도 라인업이 화려한 걸 금방 알겠다. 연이어 하는 행사는 더 야심차다. “김기덕의 최근작 <아리랑>과 <아멘>을 2주 동안 정규 프로그램으로 상영한다. 거의 개봉이나 마찬가지다. 특히 <아멘>의 경우, 이번 상영 이후 어디에도 개봉 및 세일즈를 하지 말라는 김기덕 감독의 말이 있었기 때문에 이번이 전세계에서 <아멘>을 볼 수 있는 마지막 기회가 될 것”이라는 그녀의 말에는 은근한(?) 자부심까지 느껴진다.
박지예 팀장은 1998년 부산영화제 일을 시작으로 여성영화제, 전주영화제, 동숭아트센터 등에서 해외영화, 예술영화들을 프로그래밍하고 수입해온 말 그대로 이 분야의 전문가다. 일화를 하나 들려달라고 했더니 “동숭아트센터에서 오즈 야스지로 영화제를 열었을 때 첫날 아침부터 100명쯤 되는 사람이 줄을 서서 새치기하지 말라고 싸우던 게 생각난다”며 웃는다. “현재로서는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예술영화극장인 씨네큐브가 지난 10년처럼 앞으로의 10년도 한결같을 것을 약속드린다”는 그녀에게, 그냥 예의상 내년의 라인업을 물어봤는데, 아, 이분, 집에 가실 생각은 안 하고, “그것 참 좋은 질문”이라며 몇월에는 무슨 작품, 몇월에는 무슨 작품 하면서 도무지 피곤한 기색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