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사의 추적> Blow Out (1981)
감독 브라이언 드 팔마
상영시간 108분
화면포맷 2.40:1 아나모픽 / 음성포맷 DD 2.0 DTS-HD 5.1 영어
자막 영어 / 출시사 크라이테리언(미국)
화질 ★★★★☆ / 음질 ★★★☆ / 부록 ★★★★★<머더 아 라 모드> Murder a La Mod (1981)
감독 브라이언 드 팔마
상영시간 81분
화면포맷 1.33:1 스탠더드 / 음성포맷 DD 1.0 영어
자막 없음 / 출시사 크라이테리언(미국)
화질 ★★★★☆ / 음질 ★★★ / 부록 없음
LD와 DVD를 거치며 미국의 ‘크라이테리언’사는 홈비디오의 명가로 자리잡았다. 우스갯소리로 요즘 예술영화감독으로 행세하려면 크라이테리언의 목록에 영화 하나쯤은 올려야 하며, 어떤 관객은 크라이테리언에서 출시됐다는 이유만으로 해당 영화를 구해 보기도 한다. 블루레이가 나오면서 그들에게도 고민이 생겼다. 훌륭한 화질과 색다른 부록이 더이상 그들의 전유물이 아닌 시대로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대단한 그들도 아직까지는 DVD와 완전히 차별되고 블루레이의 특성을 완벽하게 살린 디스크를 내놓지 못했다. 다만, 블루레이의 남아도는 용량을 어떻게 채울까 생각한 끝에 답 하나를 구했다. ‘본편 영화와 관련된 또 다른 영화 한편을 잉여 공간에 수록하는 것’이다.
단편영화를 덤으로 수록한 DVD는 예전에도 흔했지만, (독일의 ‘에디션 필름뮤지엄’처럼) 장편을 부록으로 내는 경우는 드물었다. 더욱이 크라이테리언답게 부록영화에도 고화질로 리마스터된 판본을 사용하는 걸 잊지 않았다. 켄 로치의 <케스> 블루레이는 TV영화 <캐시 집으로 돌아오다>(1966)를, 오바야시 노부히코의 <하우스> 블루레이는 중편 실험영화 <이모션>(1966)을 각각 수록해 팬들의 기대에 부응했다. 가장 눈에 띄는 건 브라이언 드 팔마의 <필사의 추적> 블루레이로, 여기엔 그의 장편 데뷔작 <머더 아 라 모드>가 부록으로 제공된다. 1968년에 뉴욕의 한 극장에서 상영된 뒤 <머더 아 라 모드>는 오랫동안 보기 힘든 작품이었다(다운로드 사이트에서도 희귀작으로 통한다고). 몇년 전 악명 높은 ‘섬싱 위어드’ 레이블에서 저가 DVD로 출시한 적은 있으나, 크라이테리언은 신작이 무색한 화질을 선보이며 작품에 대한 예의를 다했다.
<머더 아 라 모드> <필사의 추적>은 함께 감상하면 좋은 영화다. <필사의 추적>이 <욕망>을 변주했다거나 극중 삽입된 영화가 <싸이코>와 <할로윈>을 카피했다는 사실은 알려져 있으나, 드 팔마가 데뷔작을 TV 속 영화로 보여줬다는 걸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머더 아 라 모드>에서도 (바로 전해에 나온) <욕망>의 영향이 느껴지며 영화의 소재가 ‘영화인과 살인’으로 동일하다는 점 등 두 영화의 관계는 떼려야 뗄 수 없다. 다른 게 있다면 블랙코미디인 <머더 아 라 모드>에서 발견되는 낙천성이다. 제목에서부터 ‘60년대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머더 아 라 모드>는 당시의 유사 예술영화들처럼 새롭다기보다 짜깁기의 묘가 빛나는 작품이다. <사형대의 엘리베이터>와 <싸이코>가 없었다면 <머더 아 라 모드>의 모습은 달랐을 것이며, 반대로 <머더 아 라 모드>의 초현실적인 묘지 장면은 <살아 있는 시체들의 밤>의 도입부와 연결된다.
<머더 아 라 모드>는 삼류 영화감독과 사랑에 빠진 모델의 죽음에 관한 영화다. 영화는 흡사 살인의 현장을 목격한 양 구는데, 하나의 죽음을 네댓번 재현하는 중·후반부가 압권이다. 시점이 흥미롭다. 주요 인물의 시점으로 사건이 재구성되는 게 아니라 전지적 관점에서 화면 바깥 장면들을 모두 스크린 위로 드러낸다. <욕망>에서 남자주인공의 카메라가 포착한 순간이 살인의 한 비밀을 품고 있는 것에 비해, <머더 아 라 모드>의 무비카메라는 시간을 되돌리고 공간을 넘나들면서 살인의 과정 전체를 완벽하게 재현하고 심지어 관객이 보는 게 허구이자 농담이라고 낱낱이 까발린다. 시도는 분명 재미있지만 드 팔마는 실수를 하나 했다. 관객의 상상까지 자기 몫으로 두려 했다는 거다. 카메라는 신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