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500일의 썸머>에서 썸머랑 헤어지고 어떻게 지내셨는지 다들 궁금해합니다.
=돌이켜보면 그래도 썸머만한 여자가 없었던 것 같아요. 좀 이해하기 힘든 구석이 많았지만 그녀와 있을 때 가장 행복했죠.
-그럼 건축사무소 면접 보러 갔을 때 만난 오텀양과는 어떻게 됐나요? 굉장히 잘 어울려 보였는데.
=연애란 게 처음에는 뭔가 취향도 그렇고 얘기가 잘 통해서 시작하는 건데 그거 참 믿을 게 못돼요. 썸머하고는 ‘아니, 그런 음악도 들어요?’하는 마음으로 신기해서 시작했던 건데, 비틀스의 링고 스타를 좋아한다는 것만으로도 괜히 싫었거든요. 오텀하고도 그랬어요. 처음에는 직업적으로도 이렇게 잘 맞는 여자가 있나 싶었지만 역시 좋아하는 건축가 얘기로 들어가니 부딪힐 일이 많더군요.
-<500일의 썸머>에서 알랭 드 보통의 <행복의 건축>을 늘 읽고 계셨잖아요?
=그러게요. 근데 오텀은 그 책이 왜 인기가 많은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대요. 그거 가지고 한참 싸웠죠. 연인 사이란 게 참 피곤해요. 에휴. 그러다 만난 여자가 바로 <50/50>의 윈터예요. 레이첼(브라이스 댈러스 하워드)이 윈터, 케이티(안나 켄드릭)가 스프링이랍니다. 뭐 믿거나 말거나….
-그러고 보면 윈터는 화가인데 또 뭔가 잘 안 맞았나봐요.
=사실 저는 미술에 대해 잘 모르니까 그녀가 그리는 그림이나 좋아하는 화가는 무조건 좋다고 했죠. 그림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지만 그녀가 좋다면 그냥 다 같이 좋아해준 거죠. 그런데 영화를 보면 아시겠지만 저의 그런 태도가 그녀를 망쳤어요. 물론 그녀가 먼저 저를 찼지만 다 제 탓이죠.
-안타깝네요. 연애를 위해 취향 자체를 버린 건데 그마저도 비극으로 끝나다니.
=맞아요. 심리치료사 스프링과 사랑에 빠지게 된 것도 다 그 때문이에요. 썸머로 시작해서 스프링까지 온 건데 갑자기 김기덕 감독의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이 생각나네요. 아무튼 스프링과는 영화든 음악이든 미술이든 건축이든 의견이 갈릴 만한 얘기는 아예 해본 적이 없어요.
-아예 싸우지 않기 위해 그런 얘기조차 안 하다니, 어째 좀 슬프게 들리기도 하는데요.
=맞아요. 아예 싸움 자체를 피하는 거죠. 그러고 보니 같이 영화를 보러 간 적도 없네요. 남들이 볼 때는 굳이 그래야 하나, 하며 이상하게 생각하고 당신처럼 슬프게 쳐다볼 수도 있지만 지금의 전 그냥 이게 편해요.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조용히 살고 싶어요.
-당신의 쾌유를 비는 팬들에게 한 말씀 해주시죠.
=병원에 있는 동안 <슈퍼스타 K>를 보면서 힘을 냈어요. 그러고 보니 스프링이 울랄라 세션을 너무 좋아했죠. 리더인 임윤택씨가 저와 같은 암으로 투병 중이신데 우리 함께 힘내도록 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