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기영 소설가가 ‘강정마을을 사랑하는 육지 사는 제주사름’의 대표가 된 것은 당연한 일처럼 보인다. 제주도에서 태어나고 자란 그의 고향 사랑은 ‘제주 4·3사건’을 다룬 자신의 작품 <순이 삼촌>이나 <지상에 숟가락 하나>로 이미 익히 알려진 바 있기 때문이다. 12월1일 출범식을 가진 ‘강정마을을 사랑하는 육지 사는 제주사름’은 제주해군기지 건설에 반대하는 이들이 강정마을을 지지하는 마음을 모아 만든 단체다. 공동대표로 있는 현기영 소설가를 비롯하여 섬 바깥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모인 이 단체는 ‘평화’와 ‘생태계 파괴 반대’의 메시지를 제주도를 포함해 전국으로 전파할 생각이다.
현기영 대표가 이번 강정사태에 대해 가장 속상해하는 부분은 환경이다. “1.2km에 달하는 구럼비라는 통바위가 있습니다. 바위 곳곳에 수맥이 흘러 바위에 생긴 물웅덩이에 희귀종 식물들이 자랍니다. 단단해 보이지만 바위 위를 걷다보면 고무에서나 느낄 수 있는 탄력이 느껴져요. 해군기지가 들어서면 그런 아름다운 바위가 시멘트 속으로 사라지는 겁니다.” 그는 뜻을 같이하는 ‘강정마을을 사랑하는 육지 사는 제주사름’과 강정마을 주민들 또한 평화의 섬 제주에 화약고나 다름없는 해군기지가 생긴다는 것에 큰 위협감을 느끼고 있다는 말도 전했다.
12월22일 개봉을 앞둔 <Jam Docu 강정>을 ‘강정마을을 사랑하는 육지 사는 제주사름’팀과 성미산마을극장에서 본 현기영 대표는 다큐에 참여한 감독, 관객과 상영이 끝난 뒤 잠시 대화의 시간을 가졌다. “제주해군기지 반대를 위해 처절한 싸움을 벌이는 이들을 보며 마음이 아팠다”는 그는 “많은 사람들이 이 영화를 보고 평화 그리고 소중한 자연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강정마을을 사랑하는 육지 사는 제주사름’은 12월3일 ‘평화 비행기’를 타고 제주로 건너가 오랜 싸움에 지친 강정마을 주민들에게 격려의 말을 전하는 행사를 가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