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인터뷰]
[김도훈의 가상인터뷰] 세상을 움직이는 게 누굽니까?
2011-12-07
글 : 김도훈
<아더 크리스마스>의 스티브

-솔직히 저는 스티브씨 편입니다.
=듣던 중 반가운 소리네요. 감사합니다. 다들 제 동생 아더 편만 들어서 요즘 좀 우울하던 차인데.

-아니. 다들 어쩜 그렇게 이성이 없대요? 가만히 생각해보면 산타의 첫째 아들인 스티브씨가 크리스마스 선물 배송 사업을 과학적인 시스템으로 정비한 공로자잖아요. 스티브씨 없었다면 전세계 수억명의 아이들이 어떻게 선물을 하룻밤에 다 받았겠냐고요.
=아, 진짜 힘들었죠. 사실 아버지는 크리스마스 선물 배송 사업을 아예 포기하려고 한 적도 있습니다. 전통이고 뭐고 간에 오래된 루돌프 썰매 한대로는 도저히 완전 배송이 불가능한 시대가 됐으니까요. 그걸 겨우 설득해서 지금 같은 시스템을 만든 게 저라고요. 그런데 다들 제 공로를 인정하기는커녕….

-그러게나 말입니다. 사실 동생인 아더가 한 게 뭐가 있습니까. 크리스마스 정신이 어쩌니 저쩌니 떠들어대는 주의력결핍장애 환자에 불과하잖아요. 겨우 크리스마스 선물 하나 배송한 공로를 인정받아 산타의 후계자가 되다니. 저는 북극 마을의 처사를 도저히 이해할 수 없어요.
=원래 그런 겁니다. 생각해보세요. 세상을 움직이는 게 누굽니까.

-그… 글쎄요. 저같은 영화잡지 기자가 아니라는 건 분명한 사실입니다만. 민중이라고 답하고 싶은데 그런 대답을 원하시는 건 아닌 것 같고.
=혁신가입니다. 세상을 돌아가게 만드는 건 혁신가들이에요. 애플의 스티브 잡스 같은 혁신가들, 물밑의 기술자들 말입니다. 하지만 세상의 권력을 실제로 갖고 있는 건 누군가요?

-민중… 아… 아니다. 청와대?
=청와대가 어딘가요?

-있어요. 자기들이 세상을 움직이고 부동산 가격도 움직인다고 생각하는 인간들이 사는 파란 지붕 저택이죠. 뭐 어쨌든. 정확한 대답은 ‘정치가’라는 거겠죠?
=그렇습니다. 제가 기술자라면 아더는 정치가예요. 능력은 전혀 없지만 정치가에게 실질적인 능력이 무슨 소용이 있나요. 사실상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주제에 크리스마스 정신을 지키는 산타의 선한 후계자라는 이미지 메이킹을 통해 북극 대중의 마음을 잡아챘잖아요. 저같은 기술자는 정치가에게 결국 이길 수 없는 법이에요. 전 이미지 메이킹에는 익숙지가 못해서….

-그래도 앞으로 크리스마스 선물 배송을 총지휘하게 되는 건 결국 스티브씨 아닙니까?
=맞습니다. 아더는 얼굴마담으로 내세우고 실질적인 시스템은 제가 계속 지휘하게 될 겁니다. 하지만 산타 저택의 가장 전망 좋은 부동산은 아더가 차지하게 되겠죠. 원래 세상 돌아가는 꼴이 이 모양 아니겠어요?

관련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