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삶을 위해 꿈꾼다.”(I dream for a living) 1985년 스티븐 스필버그는 <타임>과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의 인터뷰는 이렇게 이어진다. “한달에 한번씩 하늘이 내 머리 위로 떨어진다. 그러면 내가 만들고 싶은 영화를 보게 된다.… 이들 아이디어는 언제나 서로 교차해가면서 미끄러져 내려온다. 내 문제는 내 상상력(의 전원)을 끌 수 없다는 것이다.” 어떤 이가 인터뷰 자리에서 이런 식으로 말했다면 그의 말을 받아 적는 척하면서 ‘웃기고 자빠졌네’라고 낙서를 했겠지만, 그는 그냥 ‘어떤 이’가 아니다. 스필버그 아닌가.
스필버그의 지난 세월을 돌아보면, 그가 꿈을 꾸고 그것을 현실화하기 위해 진력해왔다는 사실을 인정하게 된다. 12살 때 친구와 함께 조악한 세트를 만들고 여동생들을 들들 볶아 배우로 출연시킨 8mm 영화 <마지막 총싸움>을 만든 이래 소년 시절 그는 전쟁영화, 서부극, SF영화 여러 편을 만들었다. 그는 유대인에 대한 또래들의 차별, 부모의 불화, 사춘기의 불안을 영화라는 꿈을 꾸면서 견뎌낸 셈이다. 그 꿈은 17살 때 할리우드 유니버설스튜디오를 투어차 방문하면서 본격화했다. 투어단에서 몰래 빠져나와 스튜디오를 돌아다니던 그는 우연히 만난 척 실버스라는 편집자와의 인연으로 스튜디오를 마음대로 들락거리게 됐다. 그 6개월 동안 스필버그는 감독, 작가, 편집자를 만났고 영화라는 꿈을 구체화하기 시작했다. 대학에 진학했지만 유니버설을 오가던 그는 친구의 지원으로 1만달러짜리 영화 <앰블린>을 만들었고 이를 본 유니버설은 그와 7년 계약을 맺었다. 그는 대학을 때려치웠고 TV시리즈 <심야의 화랑>의 에피소드를 연출하면서 본격적인 감독의 길을 걷게 된다.
그 이후 이야기는 알려진 대로다. 승승장구의 나날. 하지만 그의 화려한 행진은 저절로 이뤄진 게 아니었다. 이 또한 꿈을 실현하려는 그의 의지가 만들어낸 것이었다. <죠스>가 대박을 터뜨린 이후 <죠스2> 연출 제안을 받았지만 이를 뿌리친 그는 어린 날부터 꿈꿔왔던 UFO 이야기 <미지와의 조우>를 만들었다. <레이더스> <E.T.> <인디아나 존스>의 대성공 뒤에는 스스로의 오만과 매너리즘에서 벗어나기 위해 <컬러 퍼플>을 만들었다. 어린 날부터 그를 붙잡았던 유대인이라는 정체성을 풀기 위해 그는 <쉰들러 리스트>를 만들었고 같은 주제를 정반대로 다룬 <뮌헨>을 만들었다. <틴틴: 유니콘호의 비밀> 또한 3D애니메이션이라는 새로운 꿈을 향한 스필버그의 도전일 것이다.
우리가 이번호에서 스필버그를 대특집으로 다룬 것은 그가 뛰어난 감독이기 때문만이 아니라 매우 훌륭한 인생의 롤모델이라는 점 때문이다. 꿈꾸고 도전하는 것 자체는 쉬울지 몰라도 스필버그처럼 철저하고 집요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내가 타협하지 않을 첫 번째 대상은 나 자신”이라는 그의 말은 우리 모두 경청해볼 만하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