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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shion+] 2%의 여백을 채워주고 싶어
2011-12-22
글 : 심정희 (W Korea 패션에디터)
여자친구 없는 당신이 <50/50>의 조셉 고든 레빗을 벤치마킹해야 하는 이유

만약 여자친구가 생기지 않아 고민하는 남자들을 대상으로 워크숍 같은 걸 하게 된다면 얼마가 들든 조셉 고든 레빗을 강연자로 모실 생각이다. 일찍이 <500일의 썸머>에서 보기좋게(절대 초라하지는 않게) 구겨진 옥스퍼드 셔츠에 폭이 좁은 넥타이를 맨 다음 니트 조끼를 덧입고 하의로는 특별할 것 하나 없지만 그렇다고 흠잡을 데 하나 없는 면바지를 매치했을 때부터 알아봤지만 이 남자, 보통 고단수가 아니다. 어떤 아이템을 어느 정도로 후줄근하게 소화해야 불쌍해 보이지 않으면서도 여자들의 모성애(‘저 남자의 구겨진 셔츠 자락을 다려주고 싶어’)를 자극할 수 있는지를 정확히 꿰뚫고 있는 전문가 중 전문가란 말씀.

그가 척추암 환자로 분한 <50/50>을 예로 들어볼까? 여자들을 유혹하기 위해 클럽에 갈 때, 그는 집에서 입고 있던 후줄근한 티셔츠를 벗어던지는 대신 얇은 데님 셔츠에 감색 카디건을 걸치고 나타난다. 약간의 호감이 있는 여자 상담사에게 심리 치료를 받으러 갈 땐 몸에 잘 맞는, 그러나 다소 낡은 듯한 니트 스웨터를 입고 간다(가슴에는 앙증맞은 주머니가 달려 있다). 여자가 무엇을 원하는지를 잘 모르는 남자들이라면 ‘너무 성의없는 거 아냐? 여자들은 후줄근한 건 질색한다고!’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천만의 말씀. 여자들은 클럽 온답시고 목선이 깊게 팬 티셔츠에 허벅지 꽉 끼는 부츠컷 청바지 입은 남자나, 호감있는 여자 만난다고 어울리지도 않는 이탤리언 슈트에 번들거리는 명품 구두 신고 나타나는 남자보다는 조셉 고든 레빗이 입은 것처럼 준수하고 베이식하되 어딘가 2%의 여백이 있어서 ‘저 정도는 내가 챙겨주고 싶다’는 기분이 들게 만드는 차림의 남자에게 훨씬 쉽게 마음을 연다. 남자들이 최신 유행하는 킬힐에 바이크 점퍼, 가죽 바지까지 차려입고 다니는 트렌디한 여자나 두 시간은 족히 들여 풀 메이크업한 여자보다 평범하지만 깨끗한 블라우스에 단정한 스커트나 청바지를 입은 맨 얼굴의 피부 좋은 여자에게 더 끌리는 것과 비슷한 이치라고나 할까.

그러니 행여라도 여자친구 없는 당신, “안 생겨요”라고 울먹이며 패션 잡지나 사토리얼리스트류의 스트리트 패션 블로그를 뒤적이고 있다면 당장 멈추고 <50/50>을 보거나, 조셉 고든 레빗을 탐구하라. 동정심은 유발하되 찌질해 보이지 않는 티셔츠 코디법부터 가장 자연스러워 보이는 넥타이의 느슨함 정도, 때와 장소에 따라 허를 찌르는 옷 선택 방법까지 여자들이 남자친구 후보에게 원하는 모든 것을 습득할 수 있을지니…. 당신에게 여자친구가 안 생기는 이유는 옷 때문이 아닌 것 같다고? 그런 룩이 먹히는 건 조셉 고든 레빗의 눈웃음과 선량한 표정 때문이라고? 아휴, 궁상맞은 소리 그만하고 일단 <50/50>을 보시라니까요! 암에 걸린 남자도 여자친구 생기게 해주는 패션이 거기 있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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