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탐정 셜록 홈스입니다.
=네. <씨네21>입니다.
-명탐정 셜록 홈스입니다.
=네. 무슨 일 때문에 오신 건가요.
-영화잡지 <씨네21> 맞아요? 네. 맞습니다.
=이름이 누구요? 이름은 왜 물어보시는 건가요? 무슨 일 때문에 오신 건지 먼저 말씀을 해주세요.
-명탐정 셜록 홈스가 지금 당신 이름이 뭐냐고 묻는데 대답을 안 해? 관등성명이 뭐야!
=… 진짜 셜록 홈스시라고요? 저는 <씨네21> 김도훈인데요. 왠지 제가 생각하던 홈스씨와는 너무 다르게 생기셔서….
-뭐가 그렇게 다르기에 명탐정 홈스도 못 알아본단 말이오.
=아무리 생각해도 지금 인터뷰 자리에 나오신 홈스씨는 코난 도일이 그리던 홈스와는 너무 다른 것 같아서요. 일단 외형부터가 그렇습니다. 원작의 홈스는 키 크고 마르고 약간 냉정하게 생긴… 뭐랄까. 뭔가 좀 초식남이었거든요. 코도 약간 매부리코였고 말입니다.
-그건 홈스가 아니고 유희열이구먼.
=헉. 전국의 외로운 30대 여성 유희열 마니아들에게 몰매를 맞을 일입니다. 입조심을 하시는 게….
-입조심? 내가 동방의 쥐꼬리만한 국가에서 음악 틀고 재롱이나 떠는 초식남 따위를 두려워할 것 같은가. 그런 놈은 이 자리에 불러오면 스케치북 모서리로 머리를 콕콕 찍어서…. 그나저나 기자 양반은 지금 홈스가 원작과 달리 꼭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처럼 까무잡잡하고 섹시한 동물성 남자로 바뀐 게 불만이라는 거유?
=불만은 아닙니다. 불만은 아닌데 좀 낯설긴 합니다. 추리는 안 하고 맨몸으로 액션을 펼치는 히어로 홈스는 도무지 예상치 못했거든요. 마치 엘러리 퀸을 톰 크루즈가 연기하고, 미스 마플을 안젤리나 졸리가 연기하는 격이랄까요. 헉. 이러다가 진짜로 그런 영화들이 나오면 어떡하나 갑자기 근심이 생기는군요. 엘러리 퀸의 팬인 김혜리 기자가 앓아누울지도 모릅니다. 안 그래도 근심을 등에 업고 사시는 분인데. 게다가 영화를 보니 홈스씨 약간 BL성향인 것 같던데… 그래서 동인녀들은 좀 좋아할 것 같긴 합니다만.
-BL? BL이 뭐야.
=BL은 Boy’s Love의 준말로, 야오이 소설이나 만화를 뜻하는 속어예요.
-야오이는 또 뭐야. 여하튼 오늘밤은 한국에 온 김에 종로에서 기적처럼 술 마시고 이태원에서 프리덤하게 춤추며 놀아야겠어.
=홈스씨, 역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