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원전을 재해석해 들려주는 이야기 <초한지: 천하대전>
2012-01-11
글 : 주성철

<초한지: 천하대전>(이하 <초한지>)의 원제는 <홍문연>이다. 진시황 사후 진나라의 폭정을 참지 못한 백성과 제후들의 반란 속에서 항우와 유방의 패권 다툼을 그린 <초한지>는, <삼국지>나 <수호지>처럼 중국 4대 기서에 포함되진 않지만 그에 버금가는 매력을 지닌 원전이다. <삼국지>에서 조자룡이 유비의 아들을 안고 적진을 돌파하는 장판교 전투나 적벽대전이 있다면 <초한지>에는 홍문연과 해하대전이 있다. 진시황 이후 항우(풍소봉)가 최고의 패자로 올라선 가운데 한나라의 유방(여명)도 또 다른 영웅으로 떠오른다. 항우는 유방을 제거할 절호의 기회였던 홍문연에서 그를 놓치고 만다. 한편, 용맹함으로는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항우는 검술에 뛰어나고, 비파를 잘 타는 빼어난 미모의 우희(유역비)를 보고 첫눈에 반해 영원한 사랑을 맹세한다. 그렇게 천하는 둘로 나뉘어 대결전을 준비하게 된다.

<삼국지: 용의 부활>(2008)에서 조자룡에 포커스를 맞춰 <삼국지>를 풀어갔던 이인항 감독은 <초한지>를 통해 유방의 새로운 면을 보여준다. 이것은 최근 중화권 블록버스터들의 중요한 경향 중 하나다. 맥조휘의 <삼국지: 명장 관우>(2011)에서 가장 인간적인 모습의 조조(장원)를 볼 수 있었다면 <초한지>는 항우에 비해 언제나 ‘너그럽고 그릇이 큰’ 캐릭터로 묘사됐던 유방의 이면을 보여준 것. 여명은 거기에 더없이 어울리는 배우다. 거기에는 항우의 책사인 범증(황추생)과 유방의 책사인 장량(장한위)의 대결도 흥미롭게 더해진다. 이제 이런 대작들의 흐름 속에서 ‘거대 전투의 쾌감’을 느끼던 때는 지났기에, 원전을 재해석해 이야기를 들려주는 장량의 회상구조로 만들고 가장 공을 들인 듯한 연회 홍문연의 긴장감도 좋다. 물론 서극과 진가신의 그것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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