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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ne talk] 미워할 수 없는 비호감 캐릭터에 대한 애정으로
2012-01-17
글 : 주성철
사진 : 백종헌
<밍크코트> 이상철, 신아가 감독
신아가, 이상철 감독(왼쪽부터)

“한국사회에 만연한 종교적 신념과 갈등의 문제, 가족간에 발생할 수 있는 애정과 증오 등을 밀도있고 긴장감 넘치는 카메라워크로 완성한 작품.” 지난해 서울독립영화제 대상을 수상한 <밍크코트>에 대해 본선 심사위원단은 만장일치의 찬사를 보냈다. <밍크코트>로 장편 데뷔한 이상철, 신아가 감독은 영화아카데미 1년 선후배 사이다. 이상철 감독은 <형사 Duelist> <M> 등 주로 이명세 감독 밑에서, 신아가 감독은 <방과후 옥상> <두 얼굴의 여친>의 이석훈 감독과 <신성일의 행방불명>의 신재인 감독 밑에서 현장 경험을 쌓았다. ‘비호감’ 주인공에 대한 무한한 애정을 표한 그들은 지면이 부족할 정도로 많은 흥미로운 얘기들을 들려줬다. 모처럼 단단하고, 믿음직하고, 꽉 찬 신인들을 만난 기분이다.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
=이상철_2006년부터 함께 작품을 준비하면서 서너편의 시나리오를 썼다. 그러다 영진위 제작지원금을 받으면서 급물살을 탔다. 신아가 감독의 사적인 체험에서 출발했다. 종교적인 부분도 흥미로웠다.
신아가_7년 전 외할머니가 돌아가실 때 실제로 이런 비슷한 일을 겪었다. 교회 내의 횡령이라든지 하는 건 허구이고 특정 종교와는 무관하다. 오해가 있을까봐 자막도 넣었다. (웃음)

-신재인 감독이 카메오 출연하고 TV드라마 <최고의 사랑>의 ‘띵똥’(양한열)도 나와 반갑다.
=신아가_<신성일의 행방불명> 때 조감독으로 참여해 따로 ‘스페셜 땡스’로 언급해주실 정도로 열심히 한 보답이랄까. (웃음) 실제로 임신 9개월 상태였는데도 흔쾌히 출연해 많은 도움을 주셨다.
이상철_한열이는 <최고의 사랑> 찍기 전에 출연했다. 동영상 자료를 보고 캐스팅했는데 “조니 뎁을 꿈꾸는 배우 양한열입니다”라고 말하는 게 정말 귀엽더라. (웃음) 어른들이 얘기하는 데 툭툭 끼어들면서 주요 대사의 70% 정도를 애드리브로 했다.

-역할 분담은 어떻게 했나.
=이상철_신아가 감독이 자신의 체험에서 이야기를 끌어내면서 연출에 더 힘을 쏟았고, 나는 포괄적으로 프로듀서 마인드로 접근했으며 B카메라도 들었다.
신아가_전체적으로는 그렇지만 시나리오 단계부터 디테일하게 이야기를 나눠서 실질적으로 공동연출이라고 보면 된다.

-황정민이 연기한 엄마 ‘현순’은 정말 묘한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매력적인 캐릭터다.
=이상철_우리 둘 다 ‘버섯돌이 캐릭터’라고 부르는, 비호감이지만 미워할 수 없는 주인공들이 나오는 영화들을 좋아한다. <비밀과 거짓말>의 블렌다 블리신, <브레이킹 더 웨이브>의 에밀리 왓슨, <미져리>의 캐시 베이츠의 삼각형이랄까. 그들에 필적할 만한 캐릭터를 진심으로 만들어보고 싶었다.
신아가_어쩌다 무거운 영화로 데뷔하게 됐는데 사실 둘 다 코미디영화를 좋아한다. (웃음) 주성치도 좋아하고 <행오버> 같은 할리우드영화도 좋다. 어쨌건 가장 큰 핵심은 이상철 감독이 말한 대로 그런 캐릭터에 대한 애정이다.

-밍크코트는 어떤 의미인가.
=이상철_할머니, 현순, 수진 삼대에 걸친 그들만의 뭔가가 있었으면 했다. 나이 드신 분들이라면 하나쯤 가지고 있을, 묘하게 한국적인 상징이고 소품이다. 현장에서 밍크코트를 보는 순간 이야기를 신선하게 확 환기시키는 느낌이었다.

-핸드헬드가 빈번하고 클로즈업이 많아 화면을 빈틈없이 채운 느낌이다.
=이상철_레퍼런스로 삼았던 영화들이 몇편 있다. <더 레슬러>처럼 흔들리듯 인물을 좇아가보자는 생각이 있었고 폴 그린그래스의 영화들처럼 생생한 현장감을 주고 싶었다. 특별한 이유가 없으면 컷도 짧게, 사이즈는 크게 가자고 했다.

-관객으로 하여금 선택의 기로에 서게 만든다. 어떤 점을 말하고 싶었나.
=이상철_하루 동안 벌어지는 극단적인 상황 변화 속에서 ‘쿨’하기가 쉽지 않다. 진실일까, 거짓일까, 관객이 직접 그 속에서 함께 체험하게 하고 싶었다. 과연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 질문하면서, 인물들의 얼굴을 뚜렷하게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신아가_처음부터 포인트는 명쾌한 선과 악의 구분이 아니었다. 절대악 같은 건 싫고 만들고 싶지 않았다. 연명치료를 계속해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 어느 한쪽의 손을 쉽게 들어줄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양쪽 모두 이해할 수 있는 일이다. 다들 각자의 말 못할 이유가 있으니까.

-다음 작품도 함께할 생각인가.
=이상철_앞으로 몇편 더 함께할 생각이다. <밍크코트>와는 사뭇 다른 느낌의 영화로 만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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