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상실을 지나 희망으로 가는 법 <퍼스널 이펙츠>
2012-01-18
글 : 남민영 (객원기자)

강간 뒤 살해당한 쌍둥이 누나의 재판에 참석하기 위해 국가대표 레슬러도 포기한 월터(애시튼 커처). 그는 어머니(캐시 베이츠)를 따라 가족을 잃은 사람들의 모임에 참석하고 그곳에서 총기살해로 남편을 잃은 린다(미셸 파이퍼)를 만난다. 월터는 쉽게 결론이 나지 않는 재판 때문에, 린다는 자꾸 엇나가는 청각장애인 아들 클레이(스펜서 허드슨) 때문에, 상실의 상처에 더욱 시달린다. 우연히 법원에서 만난 것을 계기로 린다와 가까워진 월터는 클레이에게 레슬링을 가르쳐주고 두 남자는 의사소통을 전혀 할 수 없음에도 서로의 상처를 공유하는 사이가 된다. 다시 밝아진 클레이를 보며 월터와 린다가 사랑을 시작할 때 월터는 누나를 죽인 유력한 용의자가 무죄판결을 받게 되어 혼란에 빠진다. 상실의 그늘 안에서 가까워진 세 사람은 그 그늘로 인해 다시 멀어진다.

‘소지품’을 뜻하는 제목처럼 월터는 누나의 레코드판과 뮤직박스, 린다와 클레이는 남편이 수집하던 권총을 보며 그리움과 슬픔을 쉽게 떨쳐버리지 못한다. 결국 그들이 유품을 통해 상처를 공유하고 새 삶을 시작할 한줌의 위안을 얻는다는 점에서 영화는 상투로 빠지는 듯 보이지만 상실을 극복하는 힘겨운 과정을 사실적으로 그려내면서 고비를 넘긴다. 스무살 차이가 나는 미셸 파이퍼와 애시튼 커처의 새로운 사랑이 이 작품의 화두지만 의외의 발견은 캐시 베이츠에게 있다. 덤덤한 척 삶을 이어나가던 그녀가 딸이 남긴 유품에 결국 무너지는 장면에서 보여준 연기는 영화가 표현하고자 한 상실의 아픔을 정확하게 묘사해낸다. 상실이 복잡한 미로처럼 느껴질 만큼 작품이 전하는 감정은 때로 너무나 무겁지만 천천히 희망이라는 탈출구에 가까워지는 인물들을 통해 따뜻함을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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