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러진 화살>은 지난 2007년 이른바 ‘석궁 테러사건’을 영화화했다. 대학입시 시험에 출제된 수학문제의 오류를 지적한 뒤 부당하게 해고된 김경호 교수(안성기)는 교수지위 확인소송에 패소하고 항소심마저 정당한 사유 없이 기각되자, 담당판사(김응수)를 찾아가 공정한 재판을 요구하며 석궁으로 위협한다. 이후 김경호가 체포되고 담당판사의 피묻은 셔츠 등이 증거로 제출되지만 그것은 정당한 절차를 거쳐 확인되지 않는다. 이에 김경호는 실제로 화살을 쏜 일이 없다고 결백을 주장하며 박준 변호사(박원상)와 호흡을 맞춰 법정 투쟁을 계속한다.
<부러진 화살>은 지난해 의외의 흥행작 <도가니>처럼 법정에서 어처구니없이 종결된 사건에 대한 재점검이라는 측면에서 무척 유사하다. 하지만 단선적인 자극의 파괴력보다 캐릭터 자체의 힘을 과감하고 세련되게 풀어내고 있다는 점에서 <부러진 화살>은 보다 은근한 재미가 있다. 말하자면 <부러진 화살>은 무엇보다 안성기의 영화다. 조곤조곤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는 가운데 “이게 재판입니까? 개판이지!”라며 재판장에게도 독설을 서슴지 않는 그의 불같은 성격은 묘한 설득의 힘을 지닌다. 그는 ‘올해의 캐릭터’라 불러도 좋을 만큼 매력적인 인물이다.
영화의 강력한 감정이입의 묘는 역시 주인공 안성기에게서 비롯된다. 영화에서 사법부는 그의 행위를 법치주의에 대한 도전이자 테러로 서둘러 규정하고 아예 눈과 귀를 닫아버린다. 그러니까 <부러진 화살>은 국민배우 안성기를 빼내기 위해, 관객이 영화 내내 함께 싸우는 거의 인터랙티브한 영화다. 최근 <나는 꼼수다>를 둘러싼 ‘정봉주 구명운동’을 미리 보는 풍경이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