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년의 ‘신촌 마돈나’이자 현재 에어로빅 강사인 정화(엄정화)의 꿈은 댄싱퀸이다. 자식과 남편 정민(황정민)의 뒷바라지에 여념이 없다가도 회식 자리에만 가면 브라운 아이드 걸스의 <아브라카다브라>를 꺼내 좌중을 압도하고, 조용필 소속사라는 ‘대박기획’으로부터 스카우트 제의를 받았다는 무용담을 동료 헬스 트레이너들에게 몇번 얘기해도 지겹지 않은 그다. 넘치던 끼를 주체하지 못하던 정화는 <슈퍼스타 K>에 나갔다가 젊은 시절 자신에게 명함을 건넨 대박기획 실장 한위(이한위)에게 아이돌 그룹 ‘댄싱퀸’ 데뷔 제안을 받는다. 늦은 나이에 겨우 꿈을 이루는가 싶은데, 남편이 폭탄 선언을 한다. 지하철에서 위기에 빠진 한 시민을 도와준(?) 뒤로 인권 변호사로 승승장구하던 정민에게 서울시장 후보 제의가 들어온 것이다. “너희 아빠(정민)가 시장이 되는 게 문제가 아니라 내가 시장 아내가 되는 게 문제”라는 극중 정화의 대사처럼 <댄싱퀸>은 서울시장 아내와 아이돌 그룹 사이에서 갈등하는 정화를 중심에 두고 이야기를 풀어가는 코미디영화다.
판타지적인 상황과 달리 잠시 꿈을 잊고 살다가 뒤늦게 꿈을 발견해 이루려는 정민과 정화, 이 부부의 사연은 제법 현실적이다. 일상에 치여 사는 까닭에 자신을 되돌아볼 여유가 없는 현대인이 더욱 공감할 이야기다. 그 어느 때보다 정치에 관심이 높은 지금, 실제 정치인 누군가를 떠올리게 하는 정민의 모습은 대리 만족을 안겨준다. 그러나 어릴 때부터 가수가 꿈이었던 정화와 달리 늘 우연과 오해에서 시작된 정민의 인생은 코미디영화로서 재미있는 장치이긴 하나 영화의 중반부 이후 드러나는 정민의 신념을 설명하기엔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다. 클럽에서 나와 우연히 학생운동 시위대와 경찰을 만나 도망가던 중 경찰이 휘두른 봉에 맞아 ‘민주화 열사’가 되고, 지하철역에서 누군가에 밀려 본의 아니게 전철 선로 위에 쓰러진 사람을 구하면서 ‘용감한 시민’이 된 정민을 떠올려보자. 자신의 과거를 되돌아보는 장면 없이 주변에서 부여한 ‘우리 시대의 양심’을 인정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은 영화의 후반부에 등장하는 정민의 양심적인 명연설과 쉽게 연결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댄싱퀸>이 코미디영화로서 손색이 없다면 그건 황정민, 엄정화 두 배우의 공이 크다.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2005), <끝과 시작>(2009) 등 몇몇 작품에서 호흡을 맞춘 만큼 일상과 연기를 묘하게 오가는 두 배우의 연기는 보는 내내 편하다. 특히, 연기와 노래 그리고 춤 등 극중에서 모든 역할을 소화하는 엄정화를 보면 실제 가수이자 배우인 그의 모습과 겹치는데, 그게 제법 인상적이다. 또 이한위, 정성화, 라미란 등 베테랑 배우들의 연기는 안정적이고 음악, 코미디, 풍자 등 다양한 장르를 뒤섞는 감독의 연출은 웃음과 감동을 강요하지 않는다. <방과후 옥상>(2006), <두 얼굴의 여친>(2007)을 만든 이석훈 감독의 신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