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필사적인 기록의 회고록 <뱅뱅클럽>
2012-02-01
글 : 이후경 (영화평론가)

한 남자가 카메라 가방을 짊어지고 차에서 내린다. 언덕 아래는 남아프리카 내 민족분쟁의 한 현장이다. 그보다 앞서 세명의 남자가 또 카메라 가방을 매고 달려 나간다. 그리고 싸움 중 목숨을 잃은 한 소년의 주검을 향해 빠르게 셔터를 눌러댄다. 그도 질세라 카메라를 들이대지만 결정적 순간은 이미 지나간 뒤다. 뒤돌아서 현장을 빠져나가는 세명 중 하나가 그에게 말한다. “망원렌즈는 버려. 가까이서 찍어야 해.” 그 말에 홀린 듯 남자는 칼부림당할 위험을 감내하고 부족의 거주지로 들어가 누구도 엄두를 내지 못했던 클로즈업을 건지는 데 성공한다. 그가 1991년 퓰리처상을 수상한 그렉 마리노비치다. 그리고 그에게 조언을 건넸던 자가 <수단의 굶주린 소녀>로 1994년 퓰리처상을 수상한 케빈 카터다. 사람들은 그 둘과 켄 오스터브룩, 주앙 실바를 묶어 ‘뱅뱅클럽’이라 불렀다. 영화는 그렉과 주앙이 쓴 회고록을 옮긴 것이다.

눈앞에서 누군가가 죽어갈 때 카메라맨은 그를 기록해야 하는가 아니면 그가 살 수 있도록 도와야 하는가. 사진기자의 영원한 딜레마다. 하지만 영화는 이 딜레마에 대해 깊이 파고들지 않는다. 답은 나와 있다. 기록하는 것이 맞다. 진짜 문제는 그들이 미치지 않고 그러한 기록을 계속해 나갈 수 있느냐다. 코카콜라 두병을 사오겠다며 총알이 빗발치는 전장을 왕복하는 그렉에게 기록의 행위는 곧 죽음에 대한 공포를 이겨내려는 몸부림이나 마찬가지다. 그러나 그토록 필사적인 사내들의 발걸음조차 어딘지 수단의 굶주린 소녀를 노리던 독수리의 발걸음을 닮아 있어 불편함을 안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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